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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태국음식 태국여행

by 장돌뱅이. 2024. 3. 24.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비대면 영상 강의로 "태국식 돼지고기 덮밥"을 만드는 법을 배웠다.
그 레시피를 꺼내 만든 덮밥을 아내와 함께 먹으며 코앞에 다가온 태국 여행의 예열을 시작했다.
생선액젓 "남쁠라"는 멸치액젓으로 대신하고 향을 내는 바질(Basil)은 깻잎으로 대신했다.
재료가 다르면 맛도 달라지겠지만 원조는 원조대로 다른 건 다른대로 매력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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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식 매콤 돼지고기 덮밥"을 먹으며

태국은 우리 가족이 매우 좋아하는 여행지다. 딸아이가 어릴 적부터 결혼하기 전까지 세 식구가 함께 해마다 한 번 이상은 방문했던 것 같다. 설탕 같은 모래 해변과 에머럴드빛 투명한 바다, 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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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태국 출장을 다닐 때 모든 공식 업무가 끝나면 나는 혼자 쌀국숫집을 찾아 숙소 근처를 거닐곤 했다. 얼굴을 기억해주는 골목 노점상도 생겼다. 그 때문인지 나는 베트남식보다 태국식 쌀국수를 좋아한다. 두 국수의 차이점은 우선 국물에 있다. 베트남식은 투명한 육수가 주종이지만 태국식은 투명한 육수 외에 짙은 갈색도 있고 심지어 옌타포라는 국수는 분홍색이다.

태국식 볶음덮밥을 먹고 나니 태국국수가 먹고 싶어졌다.
몇몇 태국식당을 떠올리다가 밀키트를 주문했다.
쌀국수 가락은 미끄러지듯 목구멍으로 부드럽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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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맛 느껴보기

윗사람과 동행하는 출장은 힘들다. 해외 출장은, 더군다나 그가 음식에 까탈스러운 입맛의 소유자라면, 더욱 그렇다. 오직 한식만을 고집하는 극도로 입이 짧은 직장 상사가 있었다. 왜 그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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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해지거나 무기력해지는 일상을 태국여행으로 치유한다는 여행 동호회 회원이 있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아내와 나도 태국 음식을 먹을 때면 태국 여행의 기억을 소환하고 태국 여행을 계획할 때면 태국 음식을 만들어 먹곤 한다. 모든 여행이 그렇긴 하지만 특히 태국여행에서 음식은 여행의 주용한 부분을 차지한다.

음식은 때때로 현재의 욕망을 드러내는 우회적 수단이라고 하던가. 태국음식이 강하게 당겼던 건 아마도 아내와 '좋아하는 자리를 골라' '태국 밧데리'를 찌르르 충전시키러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는 자기 암시일 수도 있겠다.

나에게 찌르르 전기를 주는 것은 무엇인가

이른 아침 수건 위에 내려앉은
빛이 유리를 엇각으로 통과하면서 낸
저런 오색의 빛 같은 것
불에 데거나 탄 자국 같은 것

그것을 보고 무지개라 하지 않고
누가 다녀갔나 하고 생각하는 것

우리는 어찌어찌 무엇이라도 하겠다고 태어난 게 아니라
좋아하는 자리를 골라 
그 자리에 잠시 다녀가는 것

그러니 그 자리에 좋은 사람 데려가기를

이번 생에서는 그리 애쓰지 말기를

다만 다음 생에
다시 찾아오고 싶을 때를 대비해
꼭꼭 눌러 그 자리를 새기고 돌아가기를

- 이병률,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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