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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유다'의 이직

by 장돌뱅이. 2024. 3. 22.

날이 저물었을 때에 예수께서 열 두 제자와 함께 식탁에 앉아 같이 음식을 나누면서 "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배반할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에 제자들은 몹시 걱정이 되어 저마다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지금 나와 함께 그릇에 손을 넣은 사람이 바로 나를 배반할 것이다. 사람의 아들은 성서에 기록된 대로 죽음의 길을 가겠지만 사람의 아들을 배반한 사람은 화를 입을 것이다. 그는 차라리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을 뻔했다." 그때에 예수를 배반한 유다도 나서서 "선생님, 저는 아니지요?" 하고 묻자 예수께서 "그것은 네 말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마태오 26:20∼25)

지오토 디 본도네(Giotto di Bondone), <유다의 입맞춤(Kiss of Judas)>

"신념? 직장을 구하는덴 불필요한 거 아닐까요? 아니면 언제나 가볍게 바꿀 수 있는 장식품이어야 하거나. 국민들의 여망? 제가 그걸요? 왜요? 그리 보였다면 스펙 쌓기 위한 노력이었을 뿐이죠.
선거는 직장을 바꿔타기 좋은 시절이잖아요. 후하게 쳐주는 데로 옮기는 것이죠, 뭐.
고용주 취향에 맞추어야죠. 오해가 있었나요? 제가 지닌 '노동'의 뜻은 그거였어요."

그들은 우리 쪽에 서 있다
우리와 함께  분노하고
발 구르며 노래하고
저들을 향해 함께 돌팔매질도 한다

그러나 그들이 돌아가는 곳은
우리네의 산동네가 아니다
산비알에 위태롭게 붙은 누게집이 아니다 

그들이 기다리는 것은
찌그러진 알루미늄 밥상 위의 
퉁퉁 불은 라면과 노랑 물든 단무지가 아니다 
병든 아내와 집 나간 딸애의 편지가 아니다

온갖 안락과 행복이 김처럼 서린 식탁에서
그들은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우리들의 불행과 가난을 탄식하지만
포도주 향기 그윽한 벽난로 위에
우리의 찌든 삶은
한 폭 벽화가 되어 걸린다
그들의 아들딸이 박힌 외국의 풍경 옆에
초라한 한 폭 벽화가 되어 걸린다

- 신경림, 「벽화」-

국민보다 진보적인 정치인은 없다.
맨 뒤에 서서 억지로 따라오는 그들을 견인하는 것은 결국 국민이다.

예수님은 유다의 거짓에 침묵하지 않으셨다.
"그것은 네 말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이직은 자유지만 평가는 국민의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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