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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산수유

by 장돌뱅이. 2024. 3. 20.

아내가 친구 모임에 나갔다.
아내와 함께 나가서 나는 등산을 가려고 했는데 비 예보가 있어 집에 머물렀다.
혼자서 유튜브를 보다가 책을 읽다가 보니 하늘이 개어 왔다.

산책을 나섰다. 아파트 화단에 산수유가 피었다.
아내가 좋아하는 은은한 노란빛.
내친김에 서울숲까지 걸었다. 그곳에도 산수유가 피어 있었다.

중간에 아내가 집에 왔다는 카톡이 왔다. 예정보다 이른 귀가였다.
제법 쌀쌀한 날씨에 바람까지 불어 친구들과 걷기를 오래 할 수 없었나 보다.
발걸음을 재촉해서 집으로 돌아와 함께 넷플릭스를 보았다. 

우리집 마당의 산수유는
목련보다 앞서 핀다

꼭 그런다

둘이 약속한 것도 아닌데
해마다 그런다

감나무 잎사귀는 아직도 겨울인데
작은 산수유는
들킬 듯 말 듯한 미소만 비친다

새가 날아오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산수유꽃 그늘을 지나치며 새소리를 내본다

- 박해선,「산수유」-

우리 아파트 화단의 목련도 항상 산수유 뒤에 온다.
올해처럼 봄이 좀 일찍 올 수는 있지만 자연은 순서를 흐트리지는 않는다.

"하늘이 무슨 말을 한 적이 있던가! 그러나 사계절을 운행하고 만물을 만들어 낸다."
(天何言哉  四時行焉  百物行焉)

『논어』의 "양화(陽貨)"편에 나오는 말을 생각했다.
우리는 귀를 씻고 싶은 말의 홍수 속에 산다.
제 분수를 지키는 말들을 가려 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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