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에 '대파부대'가 등장했다.
대파를 가지고 집회에 오자는 사전 공지에 더하여 김포엔가 사시는 분이 대파를 기부했다고 한다.
평상시도 그렇지만 특히 선거를 앞두고 정치에 대한 조롱과 비웃음, 풍자와 해학, 그리고 골계(滑稽)는 시민들의 권한이다 . 그것은 선거를 단순한 '바보제' 이상의 축제로 만드는 기능을 한다.
'그'의 대파 875원 발언 이후 SNS에는 다양한 '대파 놀이'가 올라왔다.
누구나 물가폭탄의 생활 속에서 그것이 '파쇼(?)'임을 자연스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레기 언론들이 이 '대파 875원'을 저성장·고물가라는 민생의 시각에서 다루지 않고 정쟁의 문제로 격하시키려는 의도도 사람들은 이미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일파만파'는 "파 한 단이 만개의 파장을 일으킨다"로, '파죽지세'는 '대나무도 가르는 파 한 단의 기세'로 뜻이 바뀌기도 했고, '파 한 단이 아니라 한 뿌리를 말한 것'이라는 어떤 벌거숭이 임금님 동화에 나오는 신하를 닮은 후보는 그의 전직에 빗대어 '프로'파'일러'가 되었다.
촛불집회에 나가 용산까지 걸었다.
최근에 읽은 책의 표현대로 "씹을 때 같이 씹어주는 화통한 연대!"
낯 모르는 사람들과도 즐겁게 어울려 봄을 노래하는 시간!
투표를 하고 파!
탄핵도 하고 파!
특검도 하고 파!
구속도 하고 파!
새 세상도 보고 파!
행진의 마지막 정리 집회를 할 삼가지 역에 다다르자 정치적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그들은 커다란 스피커의 볼륨을 최대로 틀어놓고 귀가 먹먹하도록 단순한 구호를 끝없이 반복했다. "촛불 꺼져! 싹 다 구속! 촛불 꺼져! 싹 다 구속! ······"
익살이나 유머가 없는 날선 공격 일변도는 자신들에게도 피곤함만 주지 않을까?
그 어떤 집회나 시위에도 스스로를 즐겁게 하는 놀이는 필요하다. 그리고 품위는 기본일 것이다.
봄꽃과 함께 '파묘'의 시간이 무르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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