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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미국

샌디에고 걷기 17 - CHRISTMAS CARD LANE

by 장돌뱅이. 2012. 6. 1.

 

 

 

 

 

 

 

 

 

 

초등학교 시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친구들과 카드를 만들었다.
사인펜과 색연필과 그림물감과 동원할 수 있는 재료를다 가지고 모여서
밖에 흰눈이 내리는 것도 모르고
하루종일 카드만들기에 열중했다.

어느해인가 그림 재주가 있는 동네 친구 녀석이 시작을 했는데 왜 그랬는지
평소에 미술 따위와는
담을 쌓고 지내던 당시의 우리들을 삽시간에 사로 잡았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봉투까지 만들어 넣은 대부분의 카드는 그냥 불쏘시개로나
쓰여질 뿐이어서
그것은 어딘가 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해마다 반복되는 일종의 놀이였다.
산타클로스와 썰매를 끄는 사슴,
우산을 쓰고 둘이서 걸어가는 눈길 멀리 뾰족 지붕의 교회당이 있는 상투적인 그림,
거기에 어디선가 베껴온 뜻모르는 영어 몇 개.
'MERRY CHRISTMAS'
'SEASON'S GREETING',
분명 별 솜씨 없는 '작품'이었겠지만 꽤나 정성을 다하여 경쟁적으로 몰입했던 기억이 있다.

샌디에고의 한쵸 페나스퀴토스 RANCHO PENA SQUITOS에 있는 OVIEDO STREET 주변은
(TWIN TRAILS, ELLING HAM STREET 등 포함)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집집마다 마당에
대형 카드를 만들어 놓아
"CHRISTMAS CARD LANE"이라 불린다.
역사가 25년 이상이 된다고 한다.

샌디에고 전역이 이곳과 같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참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그 즐거움을 이웃과 함께 나눈다는 생각이 든다.
명절은 곧 축제이고 축제의 본질은 공동체적인 나눔에 있으므로 CHRISTMAS LANE의 모습은 훈훈해 보인다.

부모와 함께 설치물을 만들고 세운 어린 아이들에게는 오래도록 간직할 얼마나 큰 추억이 되겠는가.
어린 시절 이런 방법을 생각했다면 우리들도 아마 집집마다 앞마당에 카드를 세우자고
부모님들을 꽤나 졸랐을 것이다.
그랬다면 건물 외양이양이야 사진보다 후졌겠지만 어른과 함께 한 대보름날 달집태우기가 그랬듯
우리에게 그 시절의 기억이 좀더 풍성할 수 있을 것이다. 

 

 

 

 

 

 

 

 

 

 

 

 

 

 

 

 

 

 

 

 

 (20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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