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재료와 영양, 칼로리와 맛이라는 독자성에 음식을 사이에 둔 관계의 정서가 더해지며 완성된다. 몸과 마음에 동시에 작용하는 것이다. 일테면, 이런 것이다.
"괜찮아, 한술만 떠봐."
"그렇지, 잘했어. 옳지."
"한 술만 더 먹어보자."
구부정한 모습으로 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오며 이렇게 말해 주는 한 사람, 그런 한 사람이 떠오른다면 우리는 또 살 수 있습니다. 그런 한 사람만 곁에 있다면···
언젠가 아플 때
드라마에서처럼, 아니면 영화에서처럼, 저렇게 나에게 밥을 떠먹인 일이 있습니다.
내가 나에게 그래 준다면, 그렇게 말해 줄 수 있다면 사람은 삽니다.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 김제동, 『내 말이 그 말이에요』 중에서 -
나는 대개 아내와 둘이서, 혹은 손자저하네와 함께 먹기 위해서 음식을 만든다.
그럴 때 윗글 속 '한술만 더 떠봐' 하는 마음이 바로 내가 음식에 넣고 싶은 것이다.
가족들이 좋아했던 음식들의 요리법을 간략히 기록으로 남겨둘까 한다.
내가 만들었어도 대부분 인터넷이나 이런저런 책에서 본 것들이라 새로울 건 없지만 가족들과 나눈 기억만큼은 유일한 나의 것이다. 가족은 음식공동체고 기억공동체다.
된장찌개(된장국)는 어떤 재료와도 어울린다. 된장을 푼 육수(쌀뜨물)에 해물, 소고기, 감자, 호박 같은 다양한 종류의 재료를 넣어도 다 된장찌개가 된다. 특별한 테크닉이나 레시피가 필요한 음식이 아니어서 누구나 만들기는 쉬우나 다 잘 만들기는 쉽지 않은 음식이다.
예전 해외출장을 다닐 때 귀국을 하면 첫 밥상엔 늘 된장찌개가 올라왔다.
특별히 아내에게 사전에 특정음식을 원하거나 언질을 준 적도 없는데 시나브로 그렇게 정해졌다.
부부는 시간이 지날수록 생활의 맥락에서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관계가 되기도 한다.
나는 걸귀(乞鬼)의 입맛이라 출장 기간 동안 특별히 한국 음식을 그리워하지 않았지만 귀국 후 된장찌개 첫술을 뜨면 '그래 이 맛이야' 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업무의 압박에서 해방되어 드디어 집에 돌아왔다는 안도감과 편안함이 더해졌을 것이다. 아내는 내가 '된장만 풀면 맛있다'고 한다지만 내게 그 시절 아내가 만든 된장찌개는 최고의 맛이었다.
그 맛은 부엌을 담당한 이래 내가 다시 구현하고자 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신혼 초에 돼지고기를 넣어 김치찌개를 해먹자고 했더니 아내가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돼지고기를 어떻게 물에 '빠트려' 국이나 찌개를 끓이냐는 것이다.
실제 맛을 보고난 뒤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돼지고기와 곰삭은 김치와 어우러진 맛이 예상 밖으로 좋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아내는 멸치 김치찌개 - 참치김치찌개 -돼지고기 김치찌개 순으로 좋아한다.
서울 시내에는 김치찌개로 이름난 식당이 많다.
김치찌개 식당을 돌아본 적이 있다. 너무 오래전이라 아직도 유효한 정보인지는 모르겠다.
글에는 없지만 강남에 있는 식당 "새벽집"에서 내는 멸치김치찌개를 우리 부부는 최고로 친다.
위 사진 속 '멸김'은 그걸 흉내 낸 것이다. 아내는 그 맛에 버금간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이전 글 :
아내는 떡복이를 좋아한다. 다양한 종류의 떡볶이 중에서도 국물떡볶이를 좋아한다.
나는 떡볶이 속의 떡보다 어묵을 좋아한다.
*이전 글 :
국물떡볶이 만들기
- 재료 : 떡볶이 떡(250g)/ 양배추(90g), 양파(50g), 대파 흰 부분(10cm)/푸른 부분(20cm),
통깨 참기름 약간씩
- 양념 : 고춧가루 1T, 양조간장 1T, 올리고당2T, 고추장 3T, 설탕 1t, 다진마늘 2t
1. 멸치 육수 만들기(4컵)
2. 어묵은 2×4cm, 양배추 2 ×5cm 크기로, 양파는 1cm, 대파는 5cm 길이로 썰고 열십자로 4등분한다.
3. 멸치육수 양념을 풀고 센 불에서 끓이고 떡, 어묵, 양배추, 양파를 넣는다.
4. 끓어오르면 중간 불로 줄려 10분 정도 끓인다. 대파를 넣고 1분간 더 끓인다.
4. 불을 끄고 통깨와 참기름을 넣어 섞는다.
* 요리 전 떡볶이 떡은 물로 씻고 어묵은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어렸을 적 어머니는 명절이면 들기름에 두부를 부치곤 했다.
그 덤덤한 맛에 후한 점수를 주진 않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좋아졌다.
만들기도 간단하다. 두부구이의 맛을 내는 데는 양념장이 중요하다.
*두부 1모 기준
1. 크기는 먹기 좋게 두께는 대략 1cm로 자른다.
2. 키친타월로 두부의 물기 제거한다
3. 소금 두세 꼬집 뿌려준다.(생략 가능)
3. 양념장을 보기 좋게 구운 두부 위에 올린다.
양념장은 '쪽파 2줄기/ 간장 3큰술/ 국간장 1큰술/ 고춧가루 2/3큰술 / 간 마늘 1/2큰술 / 들기름(참기름) / 매실액 약간 / 통깨 약간'을 넣어 만든다.
콩나물처럼 끝까지 익힌 마음일 것
쌀알빛 고요 한 톨도 흘리지 말 것
인내 속 아무 설탕의 경지 없어도 묵묵히 다 먹을 것
고통, 식빵처럼 가장자리 떼어버리지 말 것
성실의 딱 한 가지 반찬만일 것
새삼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
제 명에나 못 죽은 건 아닌지
두려움과 후회의 돌들이 우두둑 깨물리곤 해도
그깟 것마저 다 낭비해버리고픈 멸치똥 같은 날들이어도
야채처럼 유순한 눈빛을 보다 많이 섭취할 것
생의 규칙적인 좌절에도 생선처럼 미끈하게 빠져나와
한 벌의 수저처럼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할 것
한 모금 식후 물처럼 또 한 번의 삶, 을
잘 넘길 것
- 김경미, 「식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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