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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잘 먹고 잘 살자 16 - 서울의 김치찌개집

by 장돌뱅이. 2013. 8. 8.

언젠가 영화 감상을 쓰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세상에 흔치 않는 소재로 기발한 내용의 영화를 만들어내는 감독도 고수지만 가장 흔한 소재로 흔한 내용의 영화를 맛깔스럽게 만들어내는 감독도 역시 고수라고음식에 있어서도 적용할 수 있는 말이다.

1. 당주동 "광화문집"

"광화문집"은 흔한 김치를 소재로 흔한 음식인 김치찌개를 맛깔스럽게 만들어내는 식당이다.
좁은 골목 안에 입구는 작고 이층으로 나누어진 내부도 옹색스럽지만 식사 때면 경쟁을 하듯 몰려와 자리투정을 할 새도 없이 음식을 비우고 간다. 이 집의 김치찌개는 돼지고기를 넣는다.
보통은 찌게와 계란말이를 함께 주문한다.

강남의 또 다른 김치찌개 전문점인 “현대정육식당”도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찌개를 내지만 광화문집과는 다른 맛을 낸다. 광화문집이 부드러운 맛이라면(혹은 돼지고기맛이 강하다면) 현대정육식당의 찌개는 김치맛이 강한 자극적인 맛이다. 아내는 현대식당 쪽으로 나는 광화문집쪽으로 선호도가 약간씩 기울어져 있는 편이다. 세종문화회관 옆 음식골목에 있다.

2. 청담동 "현대정육식당"

위에서 소개한 바 강남쪽 김치찌개의 명가이다.
김치찌개 이외에 제육복음과 삼겹살도 좋다.


3. 서대문 "한옥집"

언제부터인지 묵은 김치가 장안의 인기 있는 음식 주제로 떠오른 듯 하다.
묵은 김치와 삼겹살, 묵은 김치찌개 등등.
거기에 김치찜이라는 다소 생소한 음식이 방송을 타면서 곳곳에서 눈에 띈다.

서대문역 근처에 있는 한옥집은 그런 김치찜의 원조집이라고 한다.
나는 세상의 모든 ‘원조’는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서간 다른 사람의 뒤를 따라 가긴 쉬운 일이나
어떤 불확실성에 대한 최초의 도전은 남다른 용기와 의지가 필요했을 터이니까.

5000원짜리 음식에 과도한 서비스와 분위기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가 볼만한 식당이다.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근처 하나은행 뒷골목에 있다.

4. 잠실 "오모리찌개"

잠실역에서 석촌호수 방향으로 직진을 하면 첫 번째 사거리 코너에 있다.
원래 상호는 오모가리찌개였으나 서울 시내에 동일한 이름을 쓰는 식당들이 생겨나면서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바꾼 듯 하다. 오모가리나 오모리는 뚝배기의 전주 지방 사투리라고 한다.

뚝배기에 돼지고기를 넣고 끓인 김치찌개이나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도 없고 개운한 맛이 난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찌개에 사용되는 김치는 지하 저장고에서 3년을 묵힌 것이라고 한다.

5. 서소문 옆 순화동 "장호왕곱창"

상호와는 달리 곱창보다 김치찌개로 알려진 식당이다.
식당이 허름하고 규모가 작아 점심시간에 가면 직장인들에 밀려 자칫 기다릴 수도 있다.
적당히 익은 김치에 두부와 돼지고기가 들어가고 마늘과 파 등의 통상적인 양념이 들어갈 뿐인데도 국물맛이 새콤하면서도 시원하다. 김치와 육수의 관리에 어떤 노하우가 있으리라.

김치찌개로 유명한 또 다른 식당인 광화문의 광화문집과 비슷한 맛이다.
광화문집은 구수한 맛이 강하다면 이곳은 개운한 맛이 강할 뿐이다.

삶은 소내장을 가위로 잘라서 준다고 하여 그대로 음식 이름이 되어버린 ‘짤라’는 가볍게 소주 한 잔을 하기에 괜찮았다. (아내는 ‘별로’ 라고 했지만) 지하철에서 가깝지 않아 접근이 불편하고 오래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즐길 분위기가 아니라 일부러 찾아갈 곳은 아니지만 근처를 지나는 길이라면 한 끼 식사를 하기에 후회는 없을 곳이다.

6. 시청역 "조아저씨 김치찌개"

지하철 시청역 11번 출구 효성빌딩 옆 골목에 있는 조아저씨 식당의 김치찌개.
아내와 나로서는 앞의 세 식당에 비해 다소 낮은 점수를 주었지만 이곳에서만 20년 이상을 김치찌개만 다루어온 ‘명가’ 임에는 틀림없다.

찌개용으로 온도까지 기록하며 특별히 만든다는 김치에 돼지고기를 넣고 끓여내는 찌개의 맛이 밥 한 그릇을 맛있게 비워낼만 하다. 여내는 찌개의 맛이 밥 한 그릇을 맛있게 비워낼만 하다.

부추에 싸먹는 양념삼겹살에 소주 한 잔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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