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워커힐호텔 "명월관"
한강이 휘돌아나가는 광나루가 내려다보이는 아차산 언덕에 위치한
워커힐호텔은 어린 시절 내가 가장 먼저 들어본 호텔 이름이다.
서울 변두리에 있던 60년대의 우리 마을에서 대부분의 신혼부부는
예식을 마치고 충청도의 온양온천으로 신혼여행을 떠나거나
아니면 워커힐 호텔에서 첫날밤을 보내는 것으로 신혼여행을 대신했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는 몰라도 이름만은 익숙했다.
해외여행은커녕 제주도도 너무 멀게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비단이장사 왕서방’을 연상케하는, 다소 고색창연한 이 이름은
바로 그 쉐라톤 워커힐 호텔 부속식당의 이름이다.
생고기를 즐기는 우리 식구들의 식성은 명월관에 오면 늘 양념갈비로 바뀐다.
딸아이가 최고로 선호하는 식당이다. 딸아이의 주장으로 양념갈비 이외에
다른 음식은 아직 맛보지 못했는데도 다녀올 때마다 만족도는 매우 크다.
특급호텔이니만큼 서비스도 완벽하다.
늘 손님이 많은 편이니 사전 예약을 해두는 것이 좋겠다.
*전화 : 02) 450-4595
(2003)
2. 청담동 "새벽집"
강남 지역에는 이름난 생고기구이 집이 많다. 박대감, 무등산, 뱀부하우스, 규합총서 등등.
그 어느 곳도 나쁘지 않겠지만 아내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새벽집이다.
강남이란 지역에 다소 어울리지 않게 외관도 그럴싸하지 못하고 내부 장식도
특별나달 것도 없이 늘 좁고 복닥이는 곳이지만 고기를 포함한 다른 음식의 맛은
그 단점들에 눈을 감아주게 한다.
고기를 먹을 때 따라 나오는 구수한 해장국은 고기 맛에 버금갈 정도이다.
식사 때 아내와 나는 김치찌개, 특히 멸치김치찌게를 먹는데 이 또한
이 집만의 강점이다. 멸치향이 진하게 배인 찌게 속의 배추김치를 밥과
함께 먹는 맛은 다른 곳에서는 경험하기 힘들다.
영동대교 남단 프리마호텔 건너편 골목안에 있다.
(전화번호 : 02-546-5739, 24시간 영업을 한다.)
(2005)
3. 강남 "뱀부하우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이른 바 ‘분위기’ 있는 장소에서 식사를 해야 할 때가 있다.
일테면 회사 손님과 식사를 해야 할 경우.
업무상이라도 자주 만난 사이로 거리감이 없어지면
서로가 합의하여 실속 있는 편한 장소를 택할 수도 있지만
초면인데다가 그것도 상대방이 외국인이라면,
그리고 그 외국인이 한국의 토속 음식에 대한 관심이 있을 경우,
실질적인 맛과 병행하여 식당의 장식이라던가,
상차림의 형태 등의 형식적인 사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뱀부하우스는 그럴 경우에 적합한 식당이다.
물론 소중한 가족들과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은 장소이다.
미술관 같은 외관에 조용하고 차분한 실내 분위기.
정중하면서도 절제된 서비스.
일전에 한 외국인과 식사를 할 때는 서빙을 하는 젊은 여직원이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여 놀라기도 했다. 직원의 설명으로는
대부분의 직원이 영어와 일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한다.
강남에 있는 유명한 고기집 - 박대감, 새벽집, 무등산 등과 비교하여
고기의 맛과 질은 비슷하나(강보합세?) 분위기에서는 강점을 가지고 있는 식당.
다양한 와인을 가지고 있는 점도 여타의 고기집과 다르다.
하지만 이곳은 다른 강남의 고깃집과 마찬가지로 가격이
만만찮다는 사정 때문에 장돌뱅이로서는 자주 가볼 수 없는 곳이다.
MY POCKET ALWAYS KNOWS THE SITUATION.
*전화 : 02-555-6390
(2007)
4. 송파 "벽제갈비"
고품질, 고품격으로 승부를 건다는 음식점.
당연히 고가(高價)라는 ‘고’자(字) 씨리즈가 뒤따른다.
그래도 송파구의 벽제갈비 본점은 사람들로 들끓는다.
정성을 들여 다듬은 세세한 칼집의 생갈비 맛이
“과연!” 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게 만든다.
계산서를 받아들면 바로 내리게 되지만.....
*02-415-5522
(2007)
5. 압구정동 "서서갈비"
서울 시내에 서서갈비라는 상호를 단 갈비집이 꽤 있는 것 같다.
체인점이거나 서로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도 아닌 듯 하다.
그런데도 서서갈비라는 상호를 달고 있는 것을 보면
이유는 몰라도 서서갈비가 유명한 모양이다.
신촌에 있다는 서서갈비는 이름 그대로 자리에 앉지 않고
‘서서’ 갈비를 먹는 곳이라고 한다. 우리네야 음식점이라 하면
다리 쭉 펴고 편안한 자세가 되어야 음식맛도 느껴질 것 같은데,
그 음식점은 줄까지 ‘서서’ 기다렸다가 '서서' 먹어야 될 정도로
손님이 끓는다고 하니 세상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굉장한 맛을 내는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적어도
기발한 마켓팅 전략은 되겠다.
압구정동의 서서갈비는 다행스럽게도(?) 앉아서 먹는다.
그러나 압구정동이라는 유행 최첨단의 거리에 어울리지 않는 누추한 외관으로
첫 인상부터 너무 ‘튄다’. 내부도 외부 모습에 못지않다. 좌석도 몇 개 되지 않는데다가
고기도 구공탄불에 구워 먹어야 한다. 벽에는 온갖 낙서가 가득하다.
그런데도 갈 때마다 사람이 북적인다. 그 사람들 틈에 아내와 나도 앉아 있곤
한다. 양념갈비보다는 생갈비를 좋아하지만 이곳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양념이다. 그러나 후회의 경험도 없다. 이 집만의 양념이 손님을 불러 모으는
비법이겠다. 곁들여 나오는 된장찌개도 구수하고 양푼에 비벼 먹는 비빔밥도 좋다.
갤러리아 맞은 편 쪽으로 로데오거리에 들어서서 오른쪽으로 세 번째 골목안에 있다.
*전화번호 : 02-516-4482
(2006)
6. 동숭동 대학로 "곰내미 화로숯불구이"
일기가 좋은 날 전철에서 나와 대학로의 공원 주변을 걸어보는 것은 재미있다.
멋진 폼으로 길거리농구를 하는 젊은이들이 있는가하면,
춤을 추는 아이들이 있고, 노래와 율동의 선교활동을 하는 사람들에
갖가지 물품을 파는 장사꾼들도 있다. 보도는 사람들의 물결로 넘치고
어떨 때는 차도까지 막아선 채로 큰 시위가 열리기도 한다.
각각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자신의 삶을 즐기고 또 사회적으로
제 목소리를 내는 열기를 삶의 역동성으로 이해해도 틀린 것은 아니겠다.
음식점의 숫자와 종류도 대단하다.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는 날이면 대개 저녁도 그곳에서 해결한다. 그
러다 알게 된 식당이 이곳이다. 물론 다분히 육식을 좋아하는 딸아이를 위한
배려에서 시작됐지만 아내와 나 역시 좋아하는 곳이다. 양념삼겹살이 우리의
주 메뉴이다. 겨울철만 아니라면 야외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늘 사람들로 붐비지만 해질녘에 서서히 어두워가는 주위를 바라보며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에 소주잔이라도 기울이면 꽤나 넉넉한 마음이 되곤한다.
*전화번호 : 02-763-5250
(2005)
7. 메이필드호텔의 바베큐
미국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아내와 딸아이가 인천공항으로 마중을 나온다고 했다.
내가 근사한 저녁을 사야만 딸아이는 새로 산 원피스를 선보이겠다고 했다.
딸아이의 협박에(?) 귀국 전 미국 숙소에서 인터넷을 뒤져 결정한 곳이 메이필드 호텔의
바비큐였다.
서울을 향해 인천공항고속도로를 달리다 김포공항 쪽으로 빠져 국내선과 화물청사을
지나니 정면으로 메이필드 호텔이 보였다. 초록의 숲과 정원이란 공간에 인색하여 삭막한
콘크리트빌딩만 우뚝한 우리나라 대부분의 호텔과는 달리 메이필드 호텔은 아담한
숲길과 널찍한 잔디 광장, 거기에 작은 골프장(파3, 9홀)까지 거느린 여유로운 모습의
호텔이었다.
바비큐식당(CHEF'S BBQ)은 한식당 낙원에 부속되어 있는 듯 했지만
낙원과는 별도로 분리된 별채에 위치하고 있었다. 홀 중앙의 대형 그릴에서
요리사가 주문한 재료들을 구워서 내왔다. 바비큐 재료는 개별적으로 선택할
수도 있고 셋트 메뉴를 주문할 수도 있었다.
우리는 고기류와 전복, 가리비 닭날개 등이 포함된 셋트 메뉴를 주문했다.
바비큐의 맛은 우리가 상상하는 정도의 맛이었으나 먼 이국으로 가족여행을 떠나온
듯한 분위기가 더해져 우리를 만족 시켰다. 식사를 하는 동안 서서히 날이 저물어가면서
식당의 불빛이 밝아져 갔다.
평소 파란색 계통이 어울린다고 했던 딸아이는 이번에 붉은 색의 원피스를 선택하는
모험을 부렸다. 어떻느냐는 딸아이의 물음에 나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려주었다.
아내는 뭔 색인들 안어울린다고 하겠느냐고 질투를 과장했지만,
‘짜고 치는 고스톱같은’ 대화조차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호텔 안을 산책했다.
바비큐식당 옆에 있는 한정식 식당인 봉래정도 격조가 있어 보였다.
잔디광장에 접해 있는 이국적인 종탑 아래에는 이탈리아 식당인 LA FESTA가 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식당 안쪽의 분위기가 아늑해 보였다. 아내와 다음번 출장에서 돌아올
때는LA FESTA에서 저녁을 하기로 미리 약속을 했다.
*전화 : 02-6090-570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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