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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봉하 마을 - 그의 2주기

by 장돌뱅이. 2013. 7. 26.

  

 

 

 

 

 

 

 

지난 겨울 아내와 봉하마을을 다녀왔다.
KTX 덕분에 서울에서 당일치기가 가능했다.
종착역인 진영역에서는 시내버스가 연결되었다.

마을 한쪽에 있는 그의 무덤에서 묵념을 하고
그가 마지막으로 세상을 바라본 뒷산에 올랐다.
그의 고향 들녘과 무덤이 겨울 햇살 속에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유난스레 맹위를 떨치던 한겨울 추위가 잠시 누그러진 날이었다.

“나를 밟고 가라. 나는 노동, 복지에서 실패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대응을 잘못했다.
복지 정책도 좀 더 밀어붙여야 했다.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잘못된 선택이었다!”

그가 자신의 시대에 대해 내린 냉철한 평가이자
우리에게 과제로 남겨진 그것들이
지난 몇 년간 어떤 모습으로 정리되고 있는지
잠시 생각해 보기도 했다.

딸아이는 아내와 나의 결혼기념일 선물로
그의 무덤 앞에 작은 박석을 하나 깔아주었다.

“당신과 함께 모두와 더불어”

완성되지 못한 문장의 뒷부분은
적절한 움직씨로 채워져야 되겠지만
우선 우리가 할 일은,
그를,
그의 시대를,
그의 성공과 실패를,
성공의 의미와 실패의 진실을,
올바르게 기억하는 것이겠다. 

   그는 바보였다. 우리를 한없이 부끄럽게 만든 바보였다.
   그는 실패한 자 가운데 가장 희망적인 사람이었고,
   성공한 자 가운데 가장 타락하지 않은 사람이었고,
   권력을 가진 자 가운데 가장 권위적이지 않은 사람이었다.
                                                          - 『시사 IN』 -
......
부디 평안하시라.

(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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