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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간송미술관 "사군자대전"

by 장돌뱅이. 2013. 7. 26.

언제부터인가 일 년에 봄가을 2회 간송미술관의 소식을 기다리게 되었다.
간송미술관의 진귀한 소장품을 일반인에게 보여주는 전시회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간송미술관을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도 하다.

 71년 이래 80회를 맞는 이번 봄 전시회의 주제는 "사군자"이다.
군자는 "많은 지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겸손하고, 선한 행동에 힘쓰면서 게으르지 않은 사람"이다. 누구나 알고 있다시시피 사군자는 식물이면서도 군자의 품성을 닮아 척박한 환경에서도 향기와 푸르름, 그리고 올곧음을 잃지 않는 매란국죽을 말한다.

잦은 전란과 보존의 소홀로 전해지는 것이 드문 사군자 그림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을 것이다. 미술관 측의 말로는 임진왜란 이후의 주요 작품들은 총망라되어 있다고 한다.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을 단원 김홍도. 추사 김정희, 현재 심사정, 호생관 최북, 석파 이하응 등의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이 있었고, 미술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전시회가 아니었으면 알지 못했을, 한국회화사상 최고의 묵죽화가라는 탄은(灘隱) 이정(李霆 1554 -1626)의 작품도 있었다. "바람 타는 대나무"를 뜻하는 "풍죽(風竹)"은 그의 묵죽 중에서도 최고로 꼽힌다고 한다.

간송미술관에서 펴낸 책자 "간송문화"에는 "풍죽"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해설을 헤 놓았다.

<<바람에 맞선 대나무 네 그루를 화폭에 옮겨놓았는데, 후위의 세 그루 대는 담묵으로 희미하게 그려 그림자처럼 느껴지게 하고, 전위의 대는 농묵으로 뚜렷하고 굳세게 그려놓았다. 보는 이로 하여금 바람의 강도를 감지할 수 있게 하고, 전위의 대를 한층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인 듯하다. 전위의 대와 달리 후위의 대를 담묵으로 처리한 것은 전체 화면에 깊이감을 더해줌과 동시에 앞에 있는 대의 잔영이나 울림과도 같은 이중 효과를 노린 것이 아닌가 한다.
한편 죽엽의 묘사는 우죽(雨竹)의 잎을 옆으로 뉘워놓은 듯한 모양인데, 바람을 처음 맞는 왼쪽의 죽엽은 '介' 자엽을 써 여백과의 경계를 매끄럽게 처리함으로써 정제된 윤곽을 형성하였고, 죽간 너머의 오른편 죽엽은 '个' 자엽으로 처리하고 있다. 그리고 지초(枝梢)의 죽엽을 강조하여 다른 죽엽에 비하여 강하고 더욱 늘씬하게 뽑아줌으로써 강풍의 위세를 표현하는 데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이렇듯 적절한 화면 구성과 대나무끼리의 농담 대비, 죽엽들의 소밀(疏密)과 취산(聚散)의, 대비와 조화를 통해 산만해 보이기 쉬운 풍죽이라는 소재를 압축적이고 단정하게 묘사해 내었다. 전위의 대나무 죽엽들을 넓게 펼치지 않고 무리단위로 모아 놓은 것이나, 토파나 바위 또는 주변의 초목과 같은 주변 환경의 묘사를 최대한 자제하여 간결하게 표현한 것도 결국은 작품의 집중도를 높이면서 기세를 절제하고 응축시켜 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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