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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미국

하와이2 - HANA 가는 길

by 장돌뱅이. 2012. 6. 5.

 “THE MOST SPECTACULAR COASTAL DRIVE IN HAWAII”

카훌루이 KAHULLUI에서 HANA까지 이르는 해안도로에 대한 론리플래닛의 설명이다.
편도 1차선의 도로에 54개의 일방통행 다리를 건너고 600번 이상을 꼬부라져야
갈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약 80킬로미터의 거리로 쉬지 않고 달리면 두 시간 정도면 가는 거리지만
사람들은 이 길을 하루 종일 걸려서 간다. 곳곳에 있는 폭포와 계곡 사이로 난 트레일,
검은 바위와 흰 파도의 바닷가 풍경이 발길을 잡기 때문이다.
 

 


*위 사진 : HANA 가는 길. 바닷가를 끼고 산허리를 돌고 도는 길이다.

일기예보는 좋지 않았다. 강수확율이 80%였다.
그러나 날씨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하필 왜 우리가 왔을 때...’ 하는 불만도 무의미했다.
그저 거기에 맞추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될 뿐이었다.
비오는 날의 해변도로를 달리며 씨디에 구워온 노래와 음악을 곁들이면
그것도 맑은 날과는 다른 오붓한 분위기가 될 것이었다.


*위 사진 : 우리가 묵었던 반얀트리 하우스의 BAMBOO SUIT

아침에 일어났을 때 아직 비는 내리지 않았다.
잠시잠시 햇살까지 비치고 있었다. 그러나 멀리 동쪽 하늘에 비를 머금은 먹구름이
져오고 있었다. 우리는 서두르지 않았다. 어차피 가는 길 어디선가 만날 구름과 비였다.
아침을 먹고 숙소 안을 산책하다가 고목나무에 매여진 그네를 타고 한동안 해찰을 부렸다.
 

 

우리는 HANA로 가는 출발점을 호오키파 비치파크 HO OKIPA BEACH PARK 로 정했다.
겨울철이면 거대한 파도가 밀려와 SURFER들을 열광시킨다는 곳이다.
파도는 강하고 해변은 위험하여 숙련자들만 가능하다고 했다.
파도를 타지 않아도 거대한 파도는 보는 것만으로 매력적이지 않던가.
우리는 기대를 품고 그곳으로 차를 몰았다.

 

 

 

기대했던 대로 해변에는 거대한 파도가 줄지어 밀려들고 있었다.
바다는 우렁찬 소리로 표호하며 쉬지 않고 뒤척였다.
낮게 드리운 먹구름은 바다마저 짙은 회색으로 물들여 수평선의 경계를 지웠다.
무책색의 농담만이 드러난 바다와 파도와 바위와 하늘의 풍경은 하나의 거대한
수묵화같았다. 그 사이로 얇은 보드에 몸을 실은 채 파도를 가르는 사람들이 보였다.
 

 

 

비가 내리는 것을 기점으로 삼아 우리는 해변을 나와 HANA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600번 꼬부라진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듯 길은 뱀이 지나가는 행적을 닮아 있었다.
좁은 도로폭과 비에 젖어 미끄러운 노면에 맞은편에서 오는 차들로 하여 다소 긴장을
요하는 길이었다. 비는 오락가락하였다.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다가 어느 새 환한 햇살이
구름 사이로 내비치기도 하는 종잡을 수 없는 날씨였다. 
 

 

 

우리는 비가 그칠 때마다 차를 세우고 바닷가를 거닐었고 짬짬이 카메라에 그 풍경을 담았다.
날씨 때문에 계곡을 거닐거나 폭포를 다녀오는 것은 불가능했다.
 

 

 

 

 

HANA 가는 길을 3분의 2쯤 달려 나온 길가의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KALUA PIG라는 하와이 전통음식을 밥에 얹어 먹는 일종의 돼지고기 덮밥과
생선 따꼬 TACO 를 먹었다. 그리고 그 옆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여 비가 오는 도로를
내다보며 마셨다. 지붕을 두드리는 요란한 빗소리가 경쾌한 타악기의 음율처럼 들렸다.
 

 

 


*위 사진 : HANA 가는 길의 중식

다시 길을 나서 HANA까지 이전과 동일한 과정의 반복이었다.
비가 오고 그치고 또 내리고...
운전을 하고 바닷가를 거닐고 다시 운전을 하고.
 

 

 

 

 

한 때 마우이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중심지였던 HANA는 한적하기 그지없는
자그마한 항구도시였다. 우리는 HANA COAST GALLERY에서 들려 하와이의
그림들을 구경했다. 미술관에 오면 늘 마음에 드는 그림은 비싸고
우리 주머니에 적당한 그림은 성에 안차서 고민이 된다.
 

 

*위 사진 : HANA COAST GALLERY와 그림

그래도 공짜로 눈 호사만 하는 것도 어디냐며 우리는 꼼꼼히 그림들에 눈을 주었다.
그러다가 갤러리가 속한 호텔 손님 들에게만 준다는 포스터 한 점을 선뜻 집어주는
직원의 친절한 선물을 받기도 했다. 우리는 돌아와 그 포스타를 아파트 벽에 걸어두었다.
 


*위 사진 : HANA COAST GALLERY 맞은 편에 있는 목장 풍경

아침에 숙소 주인은 HANA까지만 가지 말고 계속 가던 길을 직진하면
마우이의 또 다른 비경을 볼 수 있다고 권했지만 우리는 미술관을 반환점으로 삼아
가던 길을 되짚어 카훌루이로 돌아왔다. 비가 많이 내리기 때문이었다.
 

 

저녁식사를 위해 PAIA의 바닷가에 있는 MAMA'S FISH HOUSE를 찾아갔다.
분위기와 음식에서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 곳이고
또 실제로 그러했지만 만만치 않은 비용이 뒤따르는 곳이기도 하다.
너무 알려진 탓인지 사람들이 많아 다소 어수선한 관광지 분위기가 나기도 했다.
 

 

 

 

 

자리를 배정 받기 전에 대기실에서 기다리게 되어 있는데
차례가 되면 이름이나 번호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들어올 때 기록된 인상착의의 내용을 보고 직원이 찾아와 밝은 목소리로
안내를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내일은 할레아칼라 화산에서 일출을 보고 트레킹을 할 예정이다.

식사를 하고 나오니 비는 그쳤지만 구름은 걷히지 않는 상태였다.
날씨에 원망을 할 건 없다했지만 내일만은 아니었다.
일정이 일정이니만큼 날씨가 맑아야 했다.
새벽에 일어나 별이 보이면 산을 오르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른 일정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날씨에 영향을 미치진 못하겠지만 나름 마음 속으로나마 ‘배수의 진’을 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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