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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미국

하와이9 - 여행 마지막 날(끝)

by 장돌뱅이. 2012. 6. 9.

폴리네시안 문화센터를 끝으로 이번 여행의 주요 일정이 끝이 났다.
남은 일은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과 쇼핑센터 한 군데를 도는 일 뿐이었다.
때문에 느긋한 아침을 보냈다. 렌트카를 반납했다. 쇼핑센터까지는 와이키키 트롤리
WAIKIKI TROLLEY를 타면 될 일이어서 굳이 렌트카가 필요 없었다. 


*위 사진 : 와이키키 트롤리 WAIKIKI TROLLEY

점심 무렵 알라 모아나 센터 ALA MOANA CENTER로 갔다.
하와이에서 제일 큰 쇼핑센터로 SEARS, MACY'S, NORDSTOM, MARCUS 등의
유명 백화점을 포함해서 무려 250여 개의 상점이 밀집되어있다고 한다. 

먼저 TANAKA OF TOKYO 라는 식당에서 철판구이로 배를 채웠다.  

아내가 하는 쇼핑의 촛점은 늘 그렇듯 구매가 아니라 구경이다.
나도 변함없이 지리산 종주보다 힘이 든 표정으로 아내의 뒤를 따라 다녔다.
두세 시간의 장고 끝에 몇 가지 간단한 기념품을 사고 우리는 와이키키로 돌아왔다.  

우리는 숙소로 가지 않고 할레쿨라니 HALEKULANI 호텔로 향했다.
그곳 “HOUSE WITHOUT A KEY”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비치바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해지는 광경과 하와이의 음악, 그리고 훌라춤을 감상하기로 했다. 

해가 뉘엿해지면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삽시간에 좌석은 만석이 되었다.
작은 무대 위에는 삼인조 악사들이 자리를 잡고 연주와 노래를 시작했다. 

그 뒤로 노을이 퍼지고 있었다. 황금빛이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저녁바람이 싱그러웠다.
아내와 내가 열대의 바다를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출렁이는 푸른 물만이 아니라
저녁 무렵에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 때문이기도 하다.

붉은 옷을 입은 전 미스 하와이 출신이라는 무용수가 나와 천천히 훌라춤을 추었다.
느린 박자의 흐느적거리는 춤이었다.
원래 훌라춤이 그랬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엉덩이를 격렬하게 흔드는 훌라는
관광용으로 강조되어 변형된 것이란다. 훌라춤은 원래 오락이 아니라 신을 경배하는
종교 의식이었던 것이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서 무대의 조명이 두드러지게 밝아지고 난 후
우리는 해변을 걸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위 사진 : MOANA SURFRIDER의 로비

하와이에서의 마지막 저녁식사는 지척의 거리에 있는 MOANA SURFRIDER의
식당 BEACH HOUSE에서 했다. 이 호텔은 1901년 하와이에서 처음으로
지어진 BEACHFRONT HOTEL이라고 한다.

호텔의 앞마당을 바라보는 베란다가 식당이다.
마당에는 오래된 반얀트리 한그루가 가지를 한껏 드리우고 그 아래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베란다 한쪽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헬라쿨라니에서 보았던 훌라춤이 부드럽게
출렁이고 있었다. 마지막 날이라는 감정의 프리미엄을 뺀다고 해도 아름다운 저녁이었다.

아내와 나는 와인 잔을 들어 부딪치며 이곳에서 보낸 며칠을 자축했다.
우리는 기억의 창고 한 부분을 또 하와이라는 실한 재물로 채운 것이다.
그 기쁨 가득한 재물은 누구도 가져갈 수 없는, 영원히 우리만의 것이 될 것이다.
그것은 늘 그 자리에 있을 것이고, 자라날 것이고 저절로 흘러넘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아파트 베란다에 서서 먼 하늘을 바라보는 저녁을
훈훈하게 적시기도 할 것이다.

이튿날 우리는 집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셔틀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햇살은 환하게 빛났다.
하늘도, 바다도, 해변도, 거리도, 아내의 얼굴도 온통 햇빛으로 눈이 부셨다.
야- 좋다!
나는 존덴버의 노래를 마음속으로 흥얼거리며 아내의손을 잡았다.

Sunshine on my shoulder makes me happy
Sunshine in my eyes can makes me cry
Sunshine on the water looks so lovely
Sunshine almost always makes me high

If I had a day that I could give you
I'd give to you a day just like today
If I had a song that I could sing for you
I'd sing a song to make you feel this w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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