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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미국

하와이6 - 와이키키WAIKIKI 로

by 장돌뱅이. 2012. 6. 7.

하와이의 독립운동유적지 돌아보고 차이나타운에 있는 중국 식당 리틀 빌리지 누들 하우스
LITTLE VILLAGE NOODLE HOUSE로 갔다.

 

 

 

리틀빌리지는 국수만 파는 식당이 아니라 광범위한 중국음식 전반을 취급하고 있었다.
깔끔하고 밝은 실내의 식당이었다. 우리의 주문을 도와준 종업원 아줌마도 싹싹하고 상냥했다.
그녀의 도움을 받아 주문한 음식은 만족스러웠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차이나타운이란 자신들만의 활동공간을 만들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중국인들의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하와이에 첫 계약노동자로
중국인이 온 것은 1855년으로 우리보다 반세기나 앞선 시점이었다.
식사를 하고 식당 주변의 차이나타운을 잠시 걸어보았다.

 

 

 

차이나타운이라는 분위기에 걸맞는 가게들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과
마치 재개발을 앞둔 슬럼가처럼 쇠락해 보이는 지역이 혼재해 있는 느낌이었다.
낡은 지붕들 위로 솟아 있는 도심의 고층빌딩들이 위압적으로 보였다.

 

 

 

하와이는 1852년부터 1946년까지 약 40만에 이르는 이민자를 받아들였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에서뿐만이 아니라 푸에르토리코, 멀리 포르투칼과 북유럽에서
까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오늘 날 하와이에 존재하는 복잡다양한 문화는 이들을 통해서
들어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진주만 근처에 하와이 농장마을 HAWAII'S PLANTATION VILLAGE이 있다.
일종의 박물관으로 농장시절 당시의 주택과 사원 창고와 사무실 등을
전시하고 있다고 해서 계획에 넣었으나 가이드를 따라 가야 하는 투어시간이 맞질 않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선조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았을까 궁금해지는 곳이었다.

대신에 잠시 진주만 PEARL HARBOR 에 들리기로 했다.
진주만은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기습공격 있었던 역사적 현장이다.
개별적인 영화관람이 학칙으로 금지되던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 때 시험이 끝나면 단체로 영화를
보러가곤 했었는데 진주만공습을 그린 영화 “도라 도라 도라”(TORA! TORA! TORA!, トラ・トラ・トラ!)는
벤허나 쿼바디스, 아라비아의 로렌스 등과 함께 그 시절에 본 영화 목록에 든다.
사실 마지막 공습 장면을 빼고는 지루하기 그지없는 영화였으나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선
‘치사하게’ 선방을 날린 일본의 ‘얍삽함’에 저마다 흥분으로 꽤나 조잘댔던 것 같다. 

 

 


*위 사진 : 영화 "도라도라도라" 중에서(텔레비젼 촬영)

하와이 여행을 떠나기 전 아내와 그 옛 영화를 찾아 다시 보았다. 공습을 지휘한 일본인
사령관의 입을 통해서 미국과 미국인에 대한 찬사가 그려지는 부분에서 학창 시절 왜
우리에게 권장 되었던가 이해가 갈만 한 영화였다. “도라 도라 도라”는 공격 성공을
알리는 일본군의 암호라고 한다. 

 

 


*위 사진 : 진주만 공습 - 비지터센터 사진 자료 촬영

지금의 진주만에는 비지터 센터와 퇴역한 군함과 잠수함등이 전시되어 있다.
역사적 현장이라지만 특별한 감흥이 일지는 않았다. 바다를 바라보며 영화 장면을
기억하여 비행기들이 날아왔을 방향과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거대한 군함, 혼비백산하여 이곳저곳으로 뛰어다녔을 군인과 민간인들, 폭탄이 터지는
굉음과 총소리 등을 상상해 보았지만 쉽게 그려지지도 않았다.
그런 아비규환의 현장을 떠올리기에는 너무도 잔잔한 바다였다.

 

 


*위 사진 : 진주만의 모습. 아래 사진은 비지터센터 앞에 있는 표지판에 있는 그림이다. 찢어진
성조기가 마치 경제 악화의 나락에 떨어진 현재의 미국이 처한 환경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한때 조선과 필리핀을 각각의 손아귀에 넣는데 서로 눈감아주기로 하며 친근한 밀약까지 맺은
두 나라가 벌이는 전쟁이란 우리에겐 어떤 의미인가.
내겐 그저 ‘이 도둑’과 ‘저 도둑’의 '나와바리' 싸움으로 밖에 달리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배를 타고 건너 편 섬에 있는 군함으로 건너가곤 했지만
아내와 나는 비지터센터 안에 전시된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드디어 와이키키.
우리는 아웃리거 와이키키 OUTRIGGER WAIKIKI에 짐을 풀고
해변으로 나갔다. 아웃리거는 와이키키 해변과 접해 있는 대형숙소였다.
특별한 장점도 특별한 단점도 없는 전형적인 해변리조트의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좌우로 쉐라톤이나 웨스틴, 헬라쿨라니 같은 이름난 숙소들이 늘어서 있고
해변의 동북쪽 끝에는 와이키키의 또 다른 상징인 다이아몬드헤드 DIAMOND HEAD가
우뚝 솟아 있었다.

 

 

 

우리는 해변에 자리를 깔고 바닷물을 들락거렸다. 이제야 하와이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는 사이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바다와 하늘은 붉은 빛으로 황금빛으로 천천히
변해갔다. 검은 실루엣으로 수평선에 떠있는 요트와 해변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평온한 풍경이었다. 

 

 

 

저녁은 대한항공에서 운영하는 와이키키 리조트 호텔의 2층에 있는 서울정에서 했다.
여행의 중반 한식을 한번 먹고 싶었다. 우리는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며칠 만에 먹는 김치가 식욕을 자극했다. 

 

 

술기운이 올라 약간 얼큰해진 상태로 칼라카우아 KALAKUA 거리를 걸어 숙소로 돌아왔다.
여행지의 분위기에 연말 분위기가 더해져서인지 거리는 유난스레 들떠 보였다.
밤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한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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