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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미국

하와이7 - 남동 해안 돌아보기

by 장돌뱅이. 2012. 6. 8.

에그스앤 씽즈 EGGS'N THINGS 라는 독특한 이름의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할 겸 칼라카우아 KALAKAUA 길을 따라 걸었다.
여러 하와이 여행책자와 인터넷에서 추천하고 있는 식당이었다.
밤사이 비가 왔는지 도로가 물에 젖어 번들거렸다.

 

 

오락가락하는 날씨는 마우이에 이어 오하우에서도 계속되고 있었다.
20분쯤 걸어간 에그스앤씽즈는 불운하게도  새 단장을 하고 다시 열기 위해
잠정적으로 문을 닫은 상태였다. 계획이 어긋나긴 했지만 그냥 온전히 아침산책을
한 것으로 치니 크게 아쉬울 것은 없었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 차를 몰고 LEONARD'S BAKERY로 향했다. LEONADRD는
말라사다스 MALASADAS라고 부르는, ‘구멍 없는 도너츠’로 유명한 빵집이다.
말라사다스의 탄생지는 포르투갈이라고 한다. 아마 노동이민을 받아들일 때
더불어 같이 온 것이 아닐까? 하와이문화의 다양성이 작은 빵에서도 엿보인다. 
 

 

오하우 전체에서 유명한 곳이어서 주차장에는 들고나는 차들로 바쁘고 가게 안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 도너츠는 다른 빵들처럼 미리 만들어서 진열해두고 팔지 않는다.
주문을 하면 바로바로 만들어 나온다. 식고나면 맛이 틀려진다나?
우리는 가게 앞 의자에 앉아 갓 튀겨 나와 따뜻하고 신선한 말라사다스를 먹었다.
설탕이 뿌려져있으나 그리 단맛이 강한 것은 아니고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난다.
 

 

 

론리플래닛에는 코코넛크림이 들어간 것(HAUPIA MALASADA)을 먹어보라고 권했으나
주문을 받는 분에게 원래의 말라사다스를 달라고 했더니 내용물이 없는 것을 권해 주었다.
가벼운 아침식사 대용이나 간식으로 좋아보였다. 개당 65센트(였던가?). 가격도 저렴했다.
 


*위 사진 : 팔리 전망대에서

오늘은 오하우의 남동 해안을 차로 돌아보기로 했다.
먼저 팔리하이웨이 PALI HWY를 거쳐 누우아누 팔리전망대 NUUANU PALI
전망대에 올랐다. ‘팔리’는 고개라는 뜻으로 전망대는 주차장 바로 옆에 있어서
오하우의 멋진 전망 중의 하나를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레오나드를 나설 때만 해도 햇살이 비치던 날씨가 전망대에 가까워오면서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었을 때는 제법 굵은 빗줄기가 되어
쏟아졌다. 우리는 소나기가 지나갈 때까지 잠시 차안에서 기다려야 했다.
 


*위 사진 : 팔리전망대에서의 조망

전망대에선 멀리 카네오헤 만 KANE'OHE BAY 의 풍경이 내려다 보였다.
탁 트인 공간에 서면 누구나 느낄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
막힌 일상이 답답할 때 가끔 그런 곳을 찾아 볼 일이다.
그리고 잠시 거리를 두고 그 일상을 돌아 볼 일이다.
돌아가 보더라도 그것들은 그 자리에 완고히 버티고 있겠지만  
멀리 시야를 던져볼 수 있었던 그 순간은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저마다의 고단한 삶에 뭐든 한방에 통하는 비책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그 높은 곳에서의 상쾌했던 체험은 삶에 작은, 아주 작은 변화의 파문을
일으키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이건 시작은 늘 작은 법이다.
 


*위 사진 : 와이마나로 해변

고개를 내려와 72번 도로를 탔다. 시계 방향으로 길을 따라 몇몇 해변을 돌아보며
쉬엄쉬엄 와이키키로 갈 생각이었다.

첫 기착지는 와이마나로 WAIMANALO 해변이었다.
어느 새 다시 햇살이 돋아나고 있었지만 해변은 멀리 여인 하나가 누워있을 뿐
텅 빈 채로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희고 고운 모래사장 너머로 바다는 온통 비취빛이었다.
함부로 몸을 담그기가 아까울 정도로 고운 빛이었다. 아내와 함께 신발을 벗고 부드럽게
밀려오는 파도에 조금씩 발을 적시는 장난을 치며 해변을 따라 걸었다.
우리는 이곳이 와이키키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먼 바다에서 보드를 타고 온 사내 하나가 해변에 도착했다.
카메라를 보더니 선뜻 아내와 포즈를 취해주었다. 화사한 바다를 등지고
서서 미소를 짓는 아내와 사내의 얼굴에는 구김살 없는 햇살이 가득 쏟아져 내렸다.
 

 

와이마나로와 지척의 거리에 카우포 KAUPO 해변을 있고 그 다음으로 마카푸 MAKAPU
해변이 이어졌다. 
 


*위 사진 : 카우포 해변

마카푸 해변을 감싸고 있는 절벽 위에서 내려다 보는 해안 풍경은 우리가 이번 여행에서
만난 오후우섬 최고의 절경 중의 하나였다.  
아름다운 그림과 음악, 그리고 아름다운 시와 소설은 우리의 영혼을 아름답게 한다.
아름다운 풍경 또한 그렇다. 그것은 자연이 만들어내는 예술이다.
인간이 만든 작품에는 우열이 있을 수 있지만 모든 자연은 그 자체로 걸작이다.
신비롭고 신성하며 거룩하고 위대하다. 풀잎 끝에 맺힌 맑은 이슬 한 방울과
밤새워 울어대는 작은 풀벌레까지 그렇다.
 

 


*위 사진 : 마카푸 포인트에서 내려다 본 마카푸비치

마카푸포인트에서 내려와 만난 해변은 샌디비치 SANDY BEACH 였다.
오하우의 최고의 ‘BOOGIE BOARD’(SURFBOARD)를 위한 해변 중의 하나.
그러나 파도와 뭍밑 조수의 영향으로 오하우 다른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사고보다
더 많은 사고가 일어나 주의를 요하는 곳이기도 하다.
 

 


*위 사진 : 마카푸 포인트에서 내려다 본 마카푸비치

마카푸포인트에서 내려와 만난 해변은 샌디비치 SANDY BEACH 였다.
오하우의 최고의 ‘BOOGIE BOARD’(SURFBOARD)를 위한 해변 중의 하나.
그러나 파도와 뭍밑 조수의 영향으로 오하우 다른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사고보다
더 많은 사고가 일어나 주의를 요하는 곳이기도 하다.
 


*위 사진 : 언젠가 스폰지라는 텔레비젼 방송에 나왔던 한반도 지형의 주택가.
               (방송거리가 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점심은 하와이 전통음식 전문점이라는 오노 하와이언 푸드 ONO HAWAIIAN FOODS에서
했다. 오노라는 이름에서 혹 일본인이 운영하는 식당일까 생각했는데 하와이말로
“맛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명성에 비해서는 작고 허름한 식당이었다. 무얼 먹으면
좋겠느냐고 물으니 직원은 옆 좌석의 사람들이 먹는 셋트메뉴를 가리켰다.
여러 종류의 하와이 음식을 맛 볼 수 있다면서.
 

 

 

 

칼루아 피그 KALUA PIG으로 불리는 돼지고기요리와 역시 돼지고기를 타로 TARO 잎으로
싸서 쪄낸 라우라우 LAULAU, 소고기 육포인 피피 칼루아 PIPI KALUA, 하와이식 샐러드인
로미살먼 LOMI SALMON 등이 밥과 함께 나왔다. 칼루아는 땅 밑을 파고 돌을 이용하여
만든, 이무 IMU라 부르는 일종의 전통 ‘오븐’ 속에서 구워내는 방식을 말한다.
우리는 이것저것을 밥과 함께 비벼 먹었는데, 구수한 맛은 있었지만
그다지 매력적인 맛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아내는 고개를 저었다.

*위 사진 : 칼루아 피그

* 위 사진 : 라우라우

 

그래도 나는 본전 생각에 열심히 먹었다. 여기 아니면 없는 음식이고
어차피 한번뿐이라면 즐겁게 먹는 것이 좋은 일일 것 같았다.
먹는 도중 문득 여행객인 듯한 왼편 옆 좌석의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거침없이 숟가락질 에 바쁜 내가 놀랍다는 눈빛과 어투로 물었다.
“YOU LIKE IT?”
그러는 그는 영 음식이 마뜩찮다는 표정이었다.
대답은 내 오른 편에 앉은 두 명의 하와이언에게서 나왔다. 그들은 정말 맛있게
먹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결국 음식은, 아니 맛은 반복 훈련의 결과일 뿐이다.

 


*위 사진 : 다이아몬드헤드 오르는 길

식사 후 와이키키와 함께 오하우섬의 상징처럼 알려진 다이아몬드헤드에 올랐다.

 

 

 

 


*위 사진 : 정상에서 본 풍경과 하산

정상에서는 바다와 와이키키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왕복 한 시간 정도의 발품이
결코 아깝지 않은 풍경이었다.


*위 사진 : 와이키키

다이아몬드헤드에서 내려와 다시 와이키키 해변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수영을 하고 책을 읽고 잠을 자고...    
다시 저녁이 오고 또 다시 배가 고파왔다.

 

 

알란웡 ALAN WONG'S에서의 저녁식사.
알란웡은 하와이에서 너무 유명해서 그런지 그 흔한 네온사인 하나 없었다.
희미한 조명아래 잘 눈에 뜨지 않는 작은 글씨로 이름이 쓰여 있을 뿐이었다.
덕분에 네비로 식당 앞까지 잘 찾아오고나서도 한참을 헤매야 했다.
그래도 어찌들 알고 찾아오는지 식당은 거의 만석이었다.
미리 예약을 해놓지 않았다면 한참을 기다렸을 뻔 했다.

 

 

 

현대식 분위기에  현대식 퓨젼 음식.
우리가 선택한 코스 메뉴에는 “GINGERED SHRIMP, KO CHOO JANG SAUCE”도 있었다.

 

주문을 받는 종업원이 오늘이 무슨 특별한 날이냐고 물었다.
아내의 만류를 무릅쓰고 장난스레 이미 지나버린 지난 결혼기념일을
둘러대었더니 후식 접시에 촛불을 세우고 축하글을 새겨왔다.
옆 좌석에 있던 사람들까지 축하를 해주어 쑥스러웠다.  

“HAPPY ANNIVERSARY!”

 

그 거짓말을 진실로 만들 방법은 단 하나.
매일매일을 결혼을 하던 그날처럼 행복하게 사는 길 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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