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이 시작되었다.
한밤중에 잠을 아껴가면서까지 보고싶은 개막식은 아니어서 아침에 하이라이트로 보았다.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를 잘 알지 못하는 데다 유튜브 요약본이라 여러 인물과 장소들은 다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강변을 주무대로 삼고, 선수단이 배를 타고 입장하는 등 전체적으론 이제까지와는 다른 신박한 개막식이었다.
개막식을 보며 생각해 보는 '알쓸신잡' 몇 가지;
1. 파리? 빠리? 패리스?
유신시절 프랑스에 정치적 망명을 해야 했던 홍세화 씨가 자신의 경험담을 기록한 책『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는 우리말 맞춤법으로는 '빠리'가 아니라 파리여야 한다.
'도꾜'가 아니고 도쿄이고 '까스'가 아니고 가스이며 '뻐스'가 아니고 버스인 것과 같다.
미국에 있을 때 '콩글리쉬'로 영어를 배운 이웃 40대 가장에게 '빠다' 발음을 체득한 어린 딸이 말했다.
"아빠, 다음 방학 때 우리 '패리스'에 가자."
가장은 딸의 말에 호기롭게 대답해 주었다.
"그래 가자! 근데 패리스가 (미국) 어느 주에 있냐?"
'패리스'는 빠리, 아니 파리였던 것이다.
2. 올림픽은 평화의 '축제(祝祭)'다?
이럴 때 축제는 잔치가 적절한 말이다. 한자어로 쓰려면 축전(祝典)이 맞다.
축제의 제(祭)는 제사를 의미하기 때문에 어색하다.
우리가 축전을 축제로 쓰게 된 것은 일본의 영향이다.
일본에서 '마쓰리(祭)'는 제사라는 뜻 이외에 축전의 뜻으로도 널리 쓰이기 때문이다.
일본어의 영향을 받기 전에 우리말에 '祭'를 잔치의 의미로 쓴 적은 없다고 한다.
우리의 정서에 祝과 祭는 서로 어울릴 수 없는 단어이기도 하다.
올림픽은 잔치이지 제사가 아니다.
3. 올림픽 주최? 개최?
주최는 '행사나 모임을 주장하고 기획하여 엶'이라는 뜻이다.
개최는 단순히 '어떤 모임이나 행사를 여는 것'이다.
올림픽을 주최하는 곳은 IOC이고 프랑스는 2024년 올림픽 개최국이다.
주관(主管)은 '어떤 일을 책임지고 맡아 관리함'이라는 뜻으로 관리에 중심을 두는 말이다. 예를 들면 '정부 주관으로 의식을 거행하다'라고 할 때 쓴다.
4. 올림픽 기록을 경신? 갱신?
경신과 갱신은 한자로 둘 다 '更新'이라고 쓴다. '고칠 경' 혹은 '다시 갱'으로 읽는다.
올림픽 기록은 '경신'하는 것이고, 비자와 면허는'갱신'하는 것이다.
5. Corea? Korea?
올림픽 개막식 선수단 입장 순서는 올림픽 발생지인 그리스가 첫 번째이고 나머지는 개최국 언어에 따른 국가명 순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은 48번째로 입장하였다. 프랑스어로 Korea는 Corée이므로 이전 올림픽보다 빠르게 입장하였다. 바로 뒤에 코스타리카 선수단이 있었다.
13세기 이래 서양에서 사용해 온 Corea를 Korea로 바꾼 것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공인된 사실은 아닌 것 같다. 19세기 이후에는 Corea보다 Korea가 더 많이 쓰였고, 「독립신문」이나 「대한매일신보」에서도 영문 국호는 Korea를 사용했다고 한다.
C와 K의 문제와 별도로 해외여행을 할 때 출입국 신고서에 우리나라 이름을 무심코 'South Korea'라고 쓰다가 언제부터인가 'Republic of Korea'로 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어떤 걸 쓰는지 모르겠다.
이상 '알쓸신잡' 끝!
우리 선수단 선전 기원!
일본팀, 특히 축구, 폭망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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