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누나가 직접 농사지은 옥수수를 보내주었다.
때마침 아내의 친구도 옥수수를 보내준다는 연락을 해왔다.
해마다 옥수수를 보내주는 강원도 지인의 옥수수까지 겹친다면 당분간 옥수수 풍년이 될 것 같다.
바야흐로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아닌 옥수수가 익어가는(?) 시절이다.
장맛비를 맞으면서도 이렇게 튼실하게 자랐다니 기특하기만 하다.
나는 껍질을 까고 아내는 밤늦게까지 압력솥으로 옥수수를 삶았다. 저녁식사는 옥수수로 대신했다.
옥수수를 삶는 들적지근한 냄새는 늘 어릴 적 기억을 소환한다.
어릴 때 어머니가 쪄주던 옥수수는 요즈음 옥수수와 조금 다른 모양과 색깔을 지니고 있었다.
크기가 작고 색도 더 노랬고 가끔씩 짙은 보라색 알갱이가 박혀 있곤 했다.
식감도 요즈음의 옥수수보다 딱딱했다.
요즈음의 찰옥수수는 어릴 적엔 '강원도 찰옥수수'라고 앞에 강원도를 붙여 불렀다.
언제부터인가 강원도라는 지명은 사라졌다. 아마 전국 어디서나 재배가 가능한 모양이다.
찰옥수수는 이제 우리나라 간식용 옥수수의 85%를 차지한다고 한다.
옥수수를 개량해 당도를 더 높인 것이 초당옥수수(Super Sweet Corn)다. '초당'은 '초당순두부'라고 할 때의 강원도 지명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초당옥수수는 찌지 않고 그냥 생으로 먹어도 된다.
누나가 보내준 옥수수에도 초당옥수수가 섞여 있어서 생으로 먹어봤는데 비린내가 없고 식감이 아삭했다. 마치 과일을 먹는 기분이었지만 굳이 비교를 한다면 내 입맛엔 찐 옥수수가 더 좋았다.
찐옥수수를 소량으로 포장해서 냉동고에 넣었다.
아내는 옥수수를 활용한 샐러드를 만들어 보라고 했다.
당분간 아침식사는 옥수수가 자주 오를 것 같다.
손자저하들에게도 쪄 주려고 하는데 요즘 저하들의 입맛이 단짠단짠에 길들어 가는 중이라 좋아할 것 같지는 않다. 동요처럼 옥수수로 장난감 하모니카를 만들어도 큰 호응을 기대하기 힘든 것처럼.
우리 아기 불고 노는 하모니카는 옥수수를 가지고서 만들었어요
옥수수 알 길게 두 줄 남겨 가지고 우리 아기 하모니카 불고 있어요
도레미파솔라시도 소리가 안 나 도미솔도 도솔미도 말로 하지요
- 윤석중 작사, 홍난파 작곡「옥수수 하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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