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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뛰놀며 자라는 아이들 2

by 장돌뱅이. 2024. 7. 20.

요즘 손자 저하 1호는 리프팅(축구공을 발등으로 제기 차듯 차는 것)을 10개 해야 하는 숙제로 고민 중이다. 일주일 후에 10개를 하지 못하면 고강도의 체력 훈련을 하겠다고 코치선생님이 엄포를 놨단다.
나는 유튜브의 리프팅 초급 영상을 편집해서 보내주었다.
저하는 그런 내용쯤은 이미 알고 있다고 했다.
이론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게 문제라며 그래도 지치지 않고 땀을 흘린다.
방에 걸린 축구 스타 선수들의 사진이 저하의 마음속에 가득 들어있는 듯했다. 

2호는 여전히 모든 종류의 탈 것에 진심이다.
요즈음은 자가용(킥보드, 자전거)를 타고 먼 곳까지 다니며 원하는 차를 함께 찾아다니고 있다. 

아파트 단지 안에 배달 오토바이, 택배트럭과 공사트럭가 있으면 반드시 타보아야 한다.

공원관리자들의 전기카트도 지나칠 수 없다.

버스 정거장에서 기다리던 '타요버스'가 왔다.
저하는 타요가 아니고 초록색 버스라 '로기'라고 했다.
타요버스는 파란색이다.
빨간색 버스는 '가니', 노란색은 '라니'.

 '띠띠뽀' 기차는 지하에서 만났다.

소방차 '프랭크'는 이미 친해진 사이이고 새로 만난 사다리차에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드디어 마침내 경찰차 '패트'.
출동하는 걸 보아야 한다고 해서 그늘에 서서 기다렸다.
잠시 후 정말 사이렌과 경광등을 켜고 출동을 해서 감동을 했다.

아내가 출근한 뒤  
두 돌 지난 막내 손잡고 외출 중이다  
막내는 잡힌 손 뿌리치고  
혼자 내달음 친다  
애를 앞세우고  
어정쩡한 걸음으로 집에 돌아오면  
하루해가 저문다  
온종일 아이가 나를 끌고 다닌 것이다  
애가 세상에 있기 전  
깃발을 쫓아다닌 적이 있었다  
그때는 펄럭이는 깃발이 희망이었다  
깃발 아래서 사람을 생각하면 분파주의자로 몰렸다  
하늘을 찌르는 높기만 했던 깃발  
이제 깃발은 꺾이고 바람만 남았다 
 철모르는 막내가 그 속을 뛰어다닌다  

아버지 손을 뿌리치고  
바람 헤집고 뛰노는 아이를 본다  
바람 속에서 자유로운 아이를 본다  

-  김영서,  「언제였을까 사람을 앞에 세웠던 일이」-  

저하들과 보내는 시간은 힘이 들지만 즐겁다. 
몸이 무거워지면서도 마음이 가볍고 부산하면서도 한가롭다.
연애를 하기 위해 아내의 근처를 맴돌던 젊은 시절 이후 내가 이렇게 열심인 일이 또 있었나 싶다.
아무쪼록 '있는 힘을 다해서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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