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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그냥 보내는 하루

by 장돌뱅이. 2024. 8. 11.

당신과 그냥 집을 나서 지하철을 타고 걷고 버스를 타고 걷고 
그냥 카페에 들러 산멍을 하며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다가 그냥 휴대폰 속에 옛 사진을 보고 웃고, 그 사진을 찍을 때의 기억을  되살려 또 웃고
장난기를 섞은 사진을 그냥 찍기도 하고
그냥···
···

좋아하는 식당까지 그냥 걸어가서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는 음식의 담백한 맛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해가 지는 창밖의 풍경을 그냥 내다보기도 하고

다시 연애 시절의 많은 '그냥'이 깃든  옛 거리를 걷다가 집으로 돌아온 하루.
'그냥'은 '더 이상의 변화 없이 그 상태 그대로, 그런 모양으로 줄곧, 아무런 대가나 조건 또는 의미 따위가 없이'라는 뜻이다.  생각해 보면 아내를 사랑하는 일과 아내와 사는 일이'그냥'이다.

그냥이라는 말 속에는 진짜로 그냥이 산다
깊은 산그림자 같은, 속을 알 수 없는 어둔 강물
혹은 그 강물 위를 떠가는
나뭇잎사귀 같은 것들이 다 그냥이다
그래서 난 그냥이 좋다 그냥 그것들이 좋다

그냥이라고 말하는
그 마음들의 물살이 가슴에 닿는 느낌이 좋다
그냥 속에 살아가는 당신을 만나는 일처럼


- 이승희 의 시, 「그냥」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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