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9호선을 타고 국회의사당역에 내려 정문을 통해 국회에 갔다.
국회 담장 안으로 들어간 것은 태어나 처음이었다. 서발막대를 휘둘러도 국회의사당이나 국회의원 회관에 똬리를 튼 인사 중에 겨레붙이나 지인, 친구가 한 명도 없(이 살아왔)으니 당연한 일이다. 있(었)다 하더라도 그 때문에 국회에 갈 일은 아니겠지만.
국회 정문에 바투 다가섰던 적은 딱 한 번, 2016년 대통령 탄핵 시위 때였다.
이제 그와 비슷한 일이 다시 또 있어야 하는 것인지······
반복되는 아둔한 상황에 기가 찰 뿐이다.
이번에는 국회도서관과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북카페 "강변서재"엘 가기 위해서 갔다.
도서관은 정문에 들어가 국회의사당을 바라보았을 때 오른쪽 방향으로 3백 미터쯤 걸어가니 나왔다.
얕은 계단을 올라서면 마주하게 되는 직사각형의 단정한 건물이었다.
정면에 12개의 기둥이 쭉쭉 서있어 경쾌한 상승감을 주었다.
도서관 열람증 발급 절차는 간단했다.
집에서 미리 도서관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을 하니 현장에선 신분증만 제시하면 되었다.
국립도서관 카드, 서울도서관 카드, 구립도서관 카드.
백수가 되고 난 뒤 는 것은 도서관카드뿐이다.
열람증으로 보관함을 열고 들고 간 가방을 넣고 필요한 물품은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투명한 플라스틱 가방에 옮겨 담아야 입장할 수 있었다. 노트북을 담은 파우치까지도 벗겨서 보관해야 했다.
우리나라의 입법을 담당하고 있는 국가권력기관에 대한 안전조치일 것이다.
국회도서관은 규모가 대단했다. 홈페이지의 현황에 따르면 도서와 비도서, 전자파일 도서가 총 8,383,020 책(점)이 있고, 정기간행물 27,271종, 국내외신문 1,616 종이 있다고 한다.
아내와 나는 장터거리에 나온 시골닭처럼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다 5층 정기간행물실에서 한 시간 남짓 책을 읽었다. 낯선 분위기가 어색해서인지 조용한 분위기임에도 잘 집중이 안 되었다.
우리는 집에서 가까운 아담한 구립도서관의 익숙한 분위기를 그리워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도서관에서 강변서재로 가는 길은 잘 가꿔진 작은 공원이었다. 얕은 언덕길을 산책 삼아 오르면 붉은 꽃이 한창인 배롱나무 한 그루를 앞세운 한옥 건물인 사랑재가 눈에 들어오고 카페는 그 옆에 있었다.
카페 안에 들어서자 창문을 통해 한강과 그 너머의 마포 일대 그리고 멀리 북한산까지 시원스러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전망 좋은 창가 자리는 사람들이 이미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뒤쪽에 가까스로 빈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시원한 '아아'와 달달한 빵을 먹으며 책을 읽었다. 가끔씩 눈을 들어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카페의 적당한 소음이 엄숙한 도서관보다 오히려 편안해서 책이 잘 읽어졌다.
강변서재의 옥상은 탁 트인 공간이어서 한강의 풍경을 더욱 잘 볼 수 있었다.
국회도서관 지하에 있는 식당은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었다.
가격은 5,500원. 음식 구성도 알차서 시쳇말로 '가성비'가 좋은 식당이었다.
국회에서 밥을 먹는 것도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우리는 5시 반에 평소보다 이른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시인 김지하는 1970년 발표한「오적(五賊)」에서 국회의원을 '匊獪狋猿'으로 풍자한 적이 있다.
國會議員이 아니라 곱사등이 '국', 교활한 '회', 으르렁거릴 '의', 원숭이 '원'으로 묘사한 것이다.
'등에 잔뜩 후까시를 넣고 (권력에게는 애완견이고) 국민들에게만 으르렁거리는 교활한 원숭이'
손자(孫子)에도 병불염사(兵不厭邪), 治者即 盜者요 公約即 空約이니
우매(愚昧) 국민 그리알고 저리 멀찍 비켜서랏, 냄새난다 퉤 ―
골프 좀 쳐야겄다.
반세기 전의 국회의원의 모습에서 지금은 많이 달라진 걸까?
권력의 행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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