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입구 역 근처 컨테이너 쇼핑몰인 커먼그라운드라는 곳에 있는 카페다. 서점도 겸하고 있다.
아내와 산책 겸 길을 나서 들렸다. 출발할 때부터 그곳을 염두에 두었다.
카페에 든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맑았던 날씨가 어두워지더니 소나기가 요란하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돌풍까지 불어 우산을 쓰고 지나가던 행인은 속수무책으로 젖었다.
비가 오는 창밖의 풍경을 내다보는 카페의 실내는 안온했다.
"당신은 지금 우산을 쓰고 밖을 걸어도, 아니면 화창한 날씨에 카페에 있어도 그렇다고 할 거야."
아내가 자주 하는 말이다. 맞다. 나는 바로 지금, 여기가 좋다고 자주 말하려고 한다.
아내는 가방 속에 담아온 책을 꺼내 읽었다. '집'에 관한 책이었다.
비 오는 날 카페처럼 세상의 풍파를 견디게 해주는 보호처이고 가족과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말을 나누는 곳이어야 할 집은, 우리 사회에서 가진 사람과 가지지 않은 사람으로 나누는 '계급'이 되고, 집의 평수와 살고 있는 지역은 성공적인 인생과 신분의 격차를 가름하는 기준이 되었다.
집은 돈이다. 가질 때도 돈이고 팔 때고 돈이다. 집은 그냥 돈덩어리다.
물론 돈이 될 때의 집은 그 이름이 집이 아니고 부동산이 되겠지.
(···) 집이 더 이상 돈이 아니게 된 다음의 집은 무엇이 될까?
- 공선옥, 『춥고 더운 우리 집』중에서 -
작가는 "벽에 가만히 등을 대고 앉으면 두툼한 시간의 더께가 내 등을 든든히 받쳐 주는 집, 그것이 '집''이라고 했다. 아내가 책을 읽는 옆에서 나는 펜을 꺼내 그림을 끄적였다.
이럴 때 카페는 우리 '집' 거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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