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오래간만에 북한산에 올랐다.
북한산만이 아니라 산행 자체를 목적으로 산을 오른 건 아마 코로나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아내가 친구를 만나러 간 여백의 시간에 아내와 함께 할 수 없는 일을 고른 것이다.
북한산우이역에서 시작해서 우이계곡 - 백운대탐방지원센터 - 하루재 - 영봉 -용덕사를 거쳐 원점으로 돌아오는 산행이었다. 오래간만이니 길지 않은 두 시간 반 정도의 코스를 잡았다.
영봉에서 바라보는 인수봉의 위용은 후텁지근한 장마의 더위를 잊게 하고도 남았다.
나는 아무도 없는 영봉의 바위 위에 걸터앉아 사방을 조망하며 한껏 해찰을 부렸다.
산은 자유요 바람이요 고욜세
커서 좋고 깊어서 더욱 좋네
- 김광섭의 시, 「세상」 중에서 -
산 아래에 거의 내려와서야 길은 계곡으로 붙어 물을 만나게 해 주었다.
오랜 산행은 아니었지만 온몸은 땀으로 젖은 상태였다. 손을 오래 담그고 있기가 힘들 정도로 시린 물에 얼굴을 씻고 개운한 기분으로 계곡 옆에 의자에 앉아 물소리를 들었다.
산길을 빠져나와 편의점에서 캔맥주 하나를 사서 마셨다. 그리고 커피점에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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