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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방콕 2024년 8월-이런저런(끝)

by 장돌뱅이. 2024. 8. 27.

떠나는 날의 인천공항처럼 돌아오는 날의 방콕공항도 사람들로 붐볐다.
아래 사진 속 안내판에 오른 저 수많은 비행기 중의 하나를 타고 돌아왔다.

밤 비행기는 힘들다. 하지만 급작스레  여행을 준비한 데다 마일리지 소멸 시기가 임박했다는 항공사의 협박(?)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예전에 회사 일로 출장을 다닐 땐 비행기에서도 깊은 잠을 잤다.비행기  바퀴 소리에 잠들고 바퀴소리에 잠을 깬다고 과장하곤 했다. 
학창 시절 MT를 가면 아무 데서나 구겨져서도 잘 잤던 것처럼. 
이제는 잠자는데도 조건이 필요한 까탈스러운 노인네가 되었다.
세월 탓이라고 해두자.

방콕 수안나품 공항 안내판

아침에 공항에 도착해서 가수면 상태로 버스를 타고 집에 와 아내는 여행 중 입었던 옷을 정리해 세탁기를 돌리고 나는 쫑쫑 썬 신 김치와 달걀을 넣은 라면을 끓였다.
'그래! 바로 이 맛!'
라면과 김치를 입에 넣었을 때 떠오르는 느낌이다.
여행 중 특별히 생각하고 지내지 않았으면서도 돌아와 첫 술을 뜰 때 '그래! 바로 이 맛!' 하는 느낌이 드는 음식을 가지고 있다는 건 행복이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같은 음식이 내게 그렇다.

이국 음식과 풍경 속에 빠져 지냈던 시간들은 돌아와 다시 마주하는 일상을 새롭게 하고, 새로운 느낌의 일상은 또 여행의 기억을 새롭게 돌아보게 한다.  

악어 BBQ

몇 가지 소소한 기억들을 되짚어 본다.

바디튠
아시아허브
하얏트호텔과 붙어 있는 렛츠릴렉스

이번 여행 중 두 번의 타이 맛사지와 한 번의 발 마사지를 받았다. 
바디튠과 아시아 허브, 그리고 렛츠릴레스에서였다. 나는 세 곳에서 모두 잠이 들 정도로 편안한 마사지를 받았는데 아내는 아시아 허브를 빼곤 그다지 만족스러워하지 못했다.
세상엔 복불복의 일들이 있다. 좋은 마사지사를 만나는 것도 그렇다.

<King of Fruits>, Detnarong Chuchak (방콕예술문화센터 BACC, 전시회 중)

동남아 여행에서 두리안을 모른 척 지나치기 힘들다.두리안도 종류가 많아 헷갈린다. 모르면 비싸게 주고 사라 했지만 백화점에선 한 조각씩 사 먹는데도 너무 비싼 게 문제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먹을 수밖에 없다. 동남아 두리안 가격을 중국인들이 좌지우지한다는,  수입선에 변화를 주며 외교력까지 행사한다는 말이 있다. 다방면으로 위력이 거센 나라다.

두리안을 먹을 때마다 아내는 인도네시아에서 살 때 '왜 이걸 먹지 않았을까' 후회를 한다.
맛을 알면 후각을 잊게 되는 음식들이 세상엔 많다.  
아내가 돼지국밥과 따꼬도 그렇게 깨우치길 바랄 뿐이다.

K. Panich Sticky Rice의 망고찰밥

K. Panich Sticky Rice는 왓수탓에 갔다가 들린 식당이다.
오직 망고스티키 라이스(카오니아우마무앙)만으로 미슐랭 빕그루망에 올랐다.
태국에서 식사를 하면 후식으로 빼놓지 않고 망고찰밥을 먹어온 나로서는 다른 곳에서와 큰 차이를 느낄 수는 없었다. 지나는 길이 아니라면 굳이······. 그래도 사람들로 가득했다.  

호박으로 만든 디저트 부앗 팍토르(식당 직원이 권하고 알려준 이름이다.)

식당 깔파뿌룩(Kalpapruek)을 들어가 자리에 앉자마자 아내가 말했다.
"동네 아줌마들 밥 먹고 수다 떨기 좋은 분위기네."
1976년에 베이커리로 문을 연 이후 한 때 실제로 방콕의 (상류층?) 아주머니들이 모이는 장소로 유명했다고 한다상류층은 아니지만 한국의 아줌마가 태국 아줌마의 취향을, 즉 선수가 선수를 알아본 셈이다. 그런 명성에 비해 실내외 장식은 평범했고 음식의 맛도 그랬지만 그래서 더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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