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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베트남

2024 베트남 - 냐짱 3

by 장돌뱅이. 2024. 9. 9.

여행 마지막 날.
아침 식사를 호텔 밖에서 하기로 했다. 호찌민 도착 첫날 우리를 실망시켰던 반미가 떠올랐다.
이제까지 베트남 어디에서도 맛으로 우리를 실망시킨 적이 없던 반미였던 만큼 다시 명예 회복(?)을 시키면서 우리도 그 맛을 즐기고 떠나고 싶었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반미 판(Banh mi Phan)이 있었다. 아침 산책을 겸해서 해변을 따라 걸어서 갔다. 햇볕이 짱짱했다.

반미판 앞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팔할 이상이 한국인이었다.
우리만 구글을 보는 건 아니니깐.

메뉴도 한글로도 병행 표기되어 있었다. 우리는 소고기 반미를 하나 주문하여 반으로 잘랐다.
보통 반미는 사이즈가 커서 아내와 나는 반 개씩만 먹어도 충분하다.

식당 내부 벽에는 붙어 있는 소박한 내용의 글도 베트남어, 영어 등과 함께 한글로도 적혀 있었다.

1960년대, 저희 할머니는 집앞의 작은 가판대에서 반미를 팔기 시작하셨습니다. 할머니는 식재료를 주의 깊게 고르시면서 "맛있는 식사는 좋은 재료와 요리사의 바른 마음가짐에서 시작된다"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오늘도 그 말씀을 기억하며 좋은 재료를 엄선하고 할머니의 맛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반미판 언제나 맛있고 특별한 한 끼를 약속드리며 손님들께서 언제든 베트남의 맛을 떠올리실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반미판에는 에어컨이 없고 장소가 좁았다.
이곳에서 반미를 사서 근처 CCCP커피숍에 가서 커피와 함께 먹을 수 있다는 팁이 인터넷에 올라 있다고 말했다. 우리도 근처에 있는 CCCP에 가서 아시스 아메리카노와 코코넛 커피를 주문해서 반미와 같이 먹었다. 카페에는 그렇게 하는 한국인들이 반 이상의 좌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반미판의 반미는 호찌민에서 추락했던 반미의 명예를 회복하기에 충분했다.
아내와 나는 반미 하나를 반으로 나누어 먹으며 즐거워했다
"그래! 반미가 이런 맛이었잖아!"

외출에서 돌아와 우리는 각자의 시간을 가졌다.
텔레비전과 유튜브를 보고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고 잠도 잤다.
휴식을 위한 여행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점심은 클럽라운지의 에프터눈티였다.
3단 트레이에는 스콘이며 마들렌 같은 서양 케이크에 베트남 쌀떡이 화려했다.
주황색 당근 케이크에는 애프터눈 티가 시작되던 19세기엔 부의 상징이며 지금도 빠지지 않아야 하는 오이 조각도 올려져 있었다. (여름작물인 오이를 겨울에 재배하기 위해선 석탄을 때서 난방을 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내와 나는 지난 며칠 동안의 키워온 여행의 풍족함에 상큼한 오이 한 조각을 더하며 지금이 뭔가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숙소에서 체크 아웃을 하자 밤 비행기까지 시간을 보내는 일이 남았다. 숙소에서는 수영장과 사우나, 샤워 시설 등을 개방해 주었다. 우리는 스파에서 발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우리가 뭐 한 거지? 기억이 없으니 사기당한 느낌이네."
마사지가 끝나고 아내가 말했다. 둘 다 잠이 들었던 것이다. 마사지가 좋았다는 말도 되겠다.

저녁식사는 "분짜 하노이"란 식당에서 했다.
쌀국수에 야채와 고기 구운 것을 넣어 먹는 분짜와 스프링롤을 넣어 먹는 분넴을 먹었다.
분짜는 집에서도 약식으로 가끔씩 만들어 먹는 음식이다.
아내는 아침에 먹었던 반미에게 우세승을 주었다. 

밥을 먹는 동안 발리에 있는 손자저하들의 사진이 왔다.
우붓에 있는 모양이었다.
곧 사누르(Sanur) 비치로 옮긴다고 했다.

"그거 알어? 나도 금지옥엽 외동딸로 자란 사람이야. 내가 왜 이러구 지내야 하는 거냐구?"
딸아이는 이런 말을 자주 두 저하에게 한다며 모두 즐겁고 건강함을 표현했다.

우리는 밤늦은 시간에 며칠 동안의 '집'을 떠났다.
냐짱에서 깜란(Cam Ranh) 공항까지는 45분 정도가 걸렸다.

우리는 차를 타고 가며 여행이 즐겁게 끝난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 저하들의 여행도 그러하기를 빌었다.
그리고  저하들의 사진을 반복해서 보았다.
볼 때마다 아내는 말했다.
"이쁜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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