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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베트남

2024 베트남 - 이런저런(끝)

by 장돌뱅이. 2024. 9. 10.

1. 커피와 카페
 베트남에는 커피도 흔하고 커피를 마시는 카페도 흔하다.
스타벅스가 로컬 상표에 밀려 고전을 하는 곳이 베트남이라는 말도 있다. 아침이나 저녁에 베트남의 거리를 걷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거리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커피 생산을 많이 하는 나라답게 커피가 일상화된 것 같다.

언제부터 그렇게 된 것일까? 베트남 전쟁을 그린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그런 장면은 별로 기억에 없다.
소설이나 영화의 주인공들이 미군이나 한국인이어서 그랬던 것일까?
아니면 월남전 당시에는 커피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것일까?
물론 내가 별로 주목하지 않았던 탓일 수 있다.


이번 여행 중 나는 주로 아이스아메리카노, 코코넛커피를 마셨다.
커피쓰어다(연유커피)와 에그커피를 한 번씩 마셨다.
앞선 글에 쓴 에그커피를 좀 더 알아보니 에그커피는 우선 달걀노른자를 풀어 컵에 넣고 여기에 커피가루, 연유, 버터, 치즈를 넣는다.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컵을 뜨거운 물에 담가서 나왔다.

베트남 전국구 카페인 푹롱커피, 하일랜드커피, 냐짱에만 있다는 CCCP커피에 들려보았다.
CCCP는 구 소련의 약자이다. 내부 벽면에 1917년 러시아 혁명 벽화가 그려져 있기도 했다.
베트남과 소련은 오래 전부터 우방국이어서 무이네와 냐짱에 지금도 러시아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여러 음식점이나 상점에 러시아어 표기가 많았다.
콩카페는 한국에서도 자주 가는 곳이라 산책할 때 보기만 하고 가지는 않았다.

2. 길 건너기
베트남 여행에 조심해야 할 것 중의 하나. 바로 길 건너기다. 
오토바이 질주가 자못 위협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트남의 오토바이가 길 건너는 사람을 고의적으로 위협하거나 치려고 질주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자신의 사정 때문에 달리는 것이다.
약간의 주의만 기울이면 건너는 일에 익숙해질 수 있다.

여행 첫 글에 썼듯이 첫번째로 베이비 스텝(Baby Step). 조금씩 내딛는 것이다.
나가기 힘들면 멈춰 서있으면 된다. 앞이 터져 있다고 달려서 건너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횡단보도가 그려져 있다고 우선권을 생각하면 안 되고 무엇보다 뒷걸음질을 쳐서는 안 된다.

버스와 승용차, 오토바이가 뒤엉킨 호치민 사거리의 모습

여행 말미에는 아내도 익숙해져서 노련하게 길을 건너게 되었다.
70년 대 우리나라도 무단횡단이 심해 경찰이 단속을 했다.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을 한동안 줄을 쳐놓은 곳에 세워두기도 했다. 그곳에 갇힌 사람들이 경찰이 다른 사람을 단속하는 사이에 도망치기도 하고 그를 경찰이 뒤쫓는 촌극이 벌어진 적도 있다. 
많은 일들이 '베이비스텝'으로 변화한다. 베트남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오토바이는 종종 인도를 점령하기도 한다.

3. 걱정하는 일의 90%는 일어나지 않는다
같은 제목의 책이 있었던 것 같다.
베트남 여행을 앞두고 읽은 여행 안내서나 유튜브에는 대략 이런 주의사항이 올라 있었다.

공항에서 예약한 차량과 운전수를 확인하고 타라. 다른 차량을 타면 책임지지 않는다.
길거리 소매치기, 환전, 시장, 음식점에서 계산할 때 확인하고 주의하라.
일테면 돈 색깔이 비슷한 2만 동과 5십만, 일만 동과 20만 동 지폐의 색이 비슷해서 헛갈릴 수가 있다.
잘못 택시를 타면 먼 길을 돌아간다. 미터를 꺾지 않으면 내릴 때 바가지를 쓴다  그랩으로 해라 등등.

우리의 여행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주의는 기울이는 것과 걱정을 앞세우는 것은 다르다.

*호찌민 떤선녓 공항

4. 한국어 대세
무이네와 냐짱에서는 거의 모든 음식점과 카페, 시장에서 메뉴에 한국어를 병용하고 있었다.
일본어나 중국어보다 한국어가 흔했고 대세였다.
그만큼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뜻인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아내가 '대한민국 냐짱시'라고 말할 정도였다.

어색한 영어와 어색한 한국어도 있었다.

깜란국제공항은 더욱 그랬다. 면세점은 롯데였고 상점마다 한국어 간판을 내걸다시피했다.
승객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겠지만 우리가 출국하는 날 공항의 안내 방송은 체크인 카운터부터 탑승 안내까지 거의 한국어였다.

어떤 안내 방송은 엉터리 한국어였다. 기억나는 대로 적어보면 이랬다.
"XX항공에서는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고 말합니다. 아무개 씨는 지금 6번 게이트에서 와야 한다고 발표합니다. 지금부터 5분 간은 손님을 받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부터 5분 간은 손님을 받지 않는다'는 말은 5분 후에는 탑승게이트를 닫는다는 뜻이 아닐까? 아내와 짐작했는데 5분 후에도 또 5분 후에도 같은 말이 나오는 걸로 보아 한국말을 못 알아먹는 (진상)한국인 승객이 있었던 모양이다.
깜란공항에는 한국 국적의 거의 모든 저가항공사들이 취항을 하는 것 같았다. 항공사들이 인천뿐만 아니라 지방 공항에서도 바로 출발을 하니 더욱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을 듯했다. 

깜란공항

4. 김치로 귀환
반미와 쌀국수가 베트남의 정체성이라면 김치는 우리의 정체성이다.
야간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 첫 음식은 김치김밥이었다.
김장 김치를 쫑쫑 썰고 스크램블드에그를 만들어 날김에 싸 먹는 것이었다.
김치김밥은 손님 접대용으로는 내놓을 수 없지만 우리 가족 사이에서는 인기 메뉴다.  

저녁은 김치볶음밥으로 했다.
그래 이 맛!
우리의 혀와 정서에 인이 박힌 맛은 우리가 고향으로 돌아왔음을 실감나게 해준다. 
흔히 말하듯 여행은 방랑이 아니다. 여행은 돌아오는 것이다. 

베트남이 다시 그리워질 때쯤 이번 여행에서 사 온 쌀국수 라면을 꺼내 볼 것이다.
이번엔 베트남 부침개인 반쎄오 가루를 사 왔다.
공부를 해서 한번 직접 만들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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