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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베트남

하노이 1 - 신짜오

by 장돌뱅이. 2025. 1. 8.

새벽 댓바람부터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과 제1 터미널을 휩쓸고(?) 다녔다.
베트남항공이 제2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거라고 마음대로 생각한 나의 부주의 때문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생각한 게 아니라 '출발 : 인천공항  터미널 1 - 도착 : 하노이 공항 터미널 2'라고 분명히 적혀 있는 비행기 표를 보면서도 2 터미널이라는 글자에만 헛눈질을 준 것이다.
대한항공과  공동 운행한다는 선입관이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어느 터미널이냐'고 아내가 물었을 때 자신있게 '2!'라고 대답했다.
공항버스를 탈 때 기사님이 물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공항버스가 1터미널을 지나 2터미널을 향할 때에야 뭔가 찜찜해서 다시 핸드폰 속 비행기 표를 확인해 보았다. 불안한 예감은 자주 들어맞는다고 했던가?
역시나! 2터미널에서 짐과 함께 내려 1터미널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야 했다.
그나마 아침잠을 줄이고 일찍 나와 시간이 넉넉해서 다행이었다.
아내는 아무말 안 했지만 도둑이 제 발 저려 앞으로 돌다리도 수십 번씩 두드리겠다는 다짐을 '국기에 대한 맹세'처럼 반복해야 했다. 나 같은 '아차맨'들을 위해 셔틀버스 좌석에 붙어 있던 정보를 올려본다.

'뺑뺑이'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출국 심사대를 지나 아침 요기라도 하려고 마티나 라운지에 갔더니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이미 장사진이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줄이 줄지 않아 다시 돌아 나와 대한항공 라운지로 갔다.
그곳에서 매번 여행을 앞두고 맥주잔으로 건배를 하는 출발식을 했다.
베트남항공의 탑승게이트까지는 공항 내 트램으로 한 번 더 이동해야 하는 '뺑뺑이'가 한 번 더 남아 있었지만 새벽부터 액땜을 많이 했으니 앞으로 여행에선 즐거운 일만 있을 거라고 믿기로 했다.

책을 읽다가 영화 『인사이드아웃 2』를 보고 나니 어느덧 하노이의 노이바이 공항이었다.
입국 인원에 비해 심사대가 턱없이 적어 공항은 혼란스러웠다. 오랜 기다림 끝에 공항을 빠져나오자 우리를 태운 차는 숙소가 있는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 북쪽의 구시가지를 향해 나는 듯이 달렸다.

숙소에 들어 휴식을 취하다  저녁을 먹으러 길을 나섰다.
베트남에서 길을 걷는 것은 오토바이와 '눈치 싸움'이다. 오토바이는 차도만 달리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인도를 차지하고 주차되어 있다. 길이 막히면 인도 위를 달리는 오토바이도 있다.
게다가 식당과 카페, 술집들이 인도 위로 이른바 '목욕탕 의자' 탁자를 꺼낸 놓아 인도를 따라 계속 걷는 것은 불가능하다. 차도와 인도를 번갈아 가며 걸어야 한다.

신호등도 많이 없지만 어쩌다 횡단보도에 초록불이 들어와도 내가 안전하게 길을 건너는 권리가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건널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의식하며 뒤로 물러서지 말고 한 발짝씩 천천히 '베이비 스텝'으로 전진해야 한다. 하노이 구 시가지의 미로처럼 얽힌 좁은 도로는 하루종일 오토바이와 사람 버스등이 뒤엉켜 북새통을 이룬다.
2005년 처음 하노이를 찾았을 때 아내와 나는 그 소리와 모습을 '하노이 오케스트라'라고 부른 바 있다.

 

2005하노이2 - 하노이 오케스트라

한국보다 두 시간 늦게 오는 아침은 얼마나 큰 여유인가. 현지 시간에 적응되지 않은 동남아 여행 첫날 아침에 가질 수 있는 행복이다. 아직 잠든 아내를 두고 혼자서 호엔끼엠 호수로 향했다.

jangdolbange.tistory.com

인터넷 덕분에 사람들이 여행 중에 가는 식당과 카페와 관광지가 비슷비슷해진다.
나도 여행을 오기 전 몇 개의 유튜브나 이른바 '구글신(神)'을 검색해 보았다.
하지만 여행의 겉모습이 아무리 닮아간다고 해도 그 내면까지 같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여행은 저마다 다르고 개인적이다. 같은 곳을 가서 같은 풍경을 보고 같은 음식을 먹는다고 해도 느낌까지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마르셀 프루스트)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저녁은 식당 Met에서 맥주와 함께 반쎄오, 모닝글로리 볶음, 해물볶음밥으로 먹었다.

반세오는 강황으로 노랗게 색을 입혀 만든 쌀가루 반죽을 얇게 펴고 각종 야채와 고기, 해산물을 속에 넣어 튀긴 부침개다. 이것을 얇은 '쌀종이'(Banh Trang)에 여러 야채와 쌈을 싸서 소스에 찍어 먹는다.
월남쌈을 먹을 때 물에 불려쓰는 보통의 쌀종이보다 훨씬 얇은 쌀종이다.
 
나는 직원에게 쌀종이의 베트남 이름을 알려 달라고 했다.
마트에서 사서 집에서  반세오를 만들어 볼 때 쓰기 위해서였다. 직원은 이름을 적어주더니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나중엔 아예 한 봉지를 선물이라며 가져다주었다. 

모닝글로리 볶음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있는 꽁카페에서 코코넛 커피로 입가심을 했다.
창밖의 부산한 거리에서 올라오는 소음과 매캐한 내음, 그리고 커피와 저녁에 먹은 느억맘의 여운.
손에 든 커피의 달달한 맛.
그렇다. 베트남에 온 것이다!
씬짜오 하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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