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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베트남

2024 베트남 - 냐짱 2

by 장돌뱅이. 2024. 9. 8.

냐짱의 날씨는 무이네나 호찌민과는 많이 달랐다.
그곳은 우기지만 이곳은 잠깐씩 흐릴 뿐 비는 오지 않고 대부분 맑았다.
아침저녁으로는 그런대로 견딜 만하지만 해가 뜨면 산책이 힘들 만큼 더웠다.

우기는 10월부터 시작되고 그때는 바닷물의 온도도 낮아진다고 한다.

베트남에는 다양한 커피가 있다. 에그커피가 궁금했다.
숙소 직원에게 에그커피로 유명한 커피점이 숙소 가까이 어디에 있냐고 물어 주소를 받았다.
구글로 검색을 해보니 이미 한국 여행자에게도 널리 알려진 곳으로 숙소에서  1.4km 정도 떨어져 있었다. 
아침 산책을 겸해서 혼자서 가보기로 했다.

에그커피 한잔에는 달걀 노른자 3개가 들어간다고 커피점 직원이 알려주었다.
노른자 때문에 커피의 점도가 높아 끈적했다. 연유가 들어갔는지 단맛도 났다.

예전 배우 허장강이나 박노식이 영화에 나오던 시절에 우리나라 다방에선 모닝커피를 팔았다.
그때 듣기로 커피에 달걀을 넣는다는 것이었는데 (커피도 먹어본 적이 없을 때였지만) 왠지 그게 무엇이건 귀한 달걀을 넣으면 맛이 없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달걀 넣은 라면 맛을 최고라고 믿었던 시절 아닌가. 그러고 보니 에그커피의 원조는 우리나라인 것 같다.

호텔로 돌아와 끈적하게 흘러내리는 에그커피 사진을 보여주니 아내는 생각만으로 비릿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호기심에 먹어본 에그커피는 내게도 한번만으로 그리고 한잔만으로 충분했다.

빈 속에 날달걀 3개의 커피 영양식을 했지만 아내와 아침을 먹었다.
속이 좀 니글니글해서 아이스아메리카노도 한잔 시켰다.

아내는 내내 궁금해 하던  '길거리(Gilgeori) 토스트'를 주문했다.
호기심이 있어야 삶이 즐겁다. 맛이 어떨까 나도 궁금해서 한조각 먹어보았다.
한국의 정통(?) 길거리 맛은 아니고 조금 베트남화 한 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쉬다가 담시장(Chợ Đầm)에 갔다.
아내의 검색 결과에 따르면  이곳은 유명 스포츠 의류와 신발(특히 크록스), 가방, 모자 등의 (오리지널과 구별하기 힘든) 짝퉁 제품과 각종 건조 해산물, 과일 등을 파는 시장으로 간밤의 야시장과 마찬가지로 한국인 여행자에게 특화된 곳이라고 했다.

가격 흥정에 별로 자신이 없는 아내와 나로서는 도전이라면 도전이었다. 
예전 한 여행동호회에서는 여행자의 '가격 보호는 자연보호만큼 중요하다'고 했다.
개인적으로야 한번 속는 셈치면 되지만  '얼빵한' 여행자가 한번 인정한 가격은 뒤에 오는 여행자에게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충고였다. 아내와 나로서는 구매보다 구경에 방점을 두었다.

막상 가보니 가격이 궁금해서 물어보게 되었다. 크게 살 마음이 없으므로 '깜언'하고 돌아서면 '오빠 오빠'를 부르며 가격이 저절로 내려갔다. 현장에서 터득한 그 '비기(秘技)' 덕분인지 아니면
'오빠' 소리 때문인지 나도 물건을 사게 되었다. 한 벌에 한국 돈 만원쯤 부르던 유명 스포츠 티셔츠를 같은 가격에 두 벌을 샀다.
'언니'로 불리던 아내도 비슷한 가격에 두 벌을 챙겼다.

상표의 유명세에 비해 말도 안 되는 비현실적인 가격이었다. 달리기나 걷기를 할 때만 입을 것이라 크게 품질에 염두를 두지 않았으나 짝퉁 치고는 포장도 세밀하게 되어 있고 품질도 크게 나쁘지 않아 보였다.
독서 모임의 한 회원은 짝퉁이라 생각하지 말고 품질 좋은 옷을 싼 가격에 사는 것으로 생각하라고 했다. 

오래전 태국 방콕 출장 초기에 호텔 앞 노점상에게서 딸아이 옷을 산 적이 있다.
호텔을 들고나면서 본 옷은 유명 상표를 모방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디자인이 너무 귀여워 딸아이에게 입히면 좋을 것 같았다. 디스카운트를 하지 않아도 가격도 싸서 여차하면 한번 입히고 버려도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뜻밖에 품질이 좋아서 딸아이가 입고 사촌 여동생에게 대물림까지 했다.
우리가 산 물건도 그럴까? 아니어도 크게 억울할 것 없는 가격이지만.

담시장에서 돌아와 매일 하는 일과, 클럽라운지와 수영장을 돌았다.

그리고 저녁.
내일 밤 비행기를 탈 예정이므로 클럽라운지에서 마지막 저녁 식사를 했다.
333맥주로 여행이 끝나가는 걸 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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