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과 사진/베트남

2024 베트남 - 냐짱(나트랑) 가는 날

by 장돌뱅이. 2024. 9. 6.

무이네에서 냐짱 가는 버스는 한 번 경험했던 풍짱버스 대신에 한카페(Hanh café) 버스를 이용했다. 무이네에서 한카페 사무실이 숙소에서 가깝게 있었고 큰 차이는 없겠지만 다른 회사의 버스를 타보고 싶기도 했다. 호찌민에서 오는 버스여서 자리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아 1층 맨 앞자리를 예약했다.
버스는 숙소 로비 앞까지 왔다. 이틀 전 숙소까지 못간다고 우기던 풍짱버스의 서림이 생각났다.

무이네에서 나짱으로 가는 도중의 휴게소

냐짱까지 휴게소는 한번 들렸다. 
대신에 곳곳에 멈춰서 승객이 타고 내렸다. 아내가 완행버스표를 끊은 거 아니냐고 물을 정도였다.
게다가 물건 배달도 하는지 여러 곳에 정차하여 짐칸에서 물건을 꺼내곤 했다.
비행기나 차로 장거리 이용할 때는 무념무상이 최고의 시간을 견디는 방법이다.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 책 읽고싶으면 읽고 음악 듣고 싶으면 듣고 멍 때리고 싶으면 멍 때리고.

차표를 끊을 때 직원이 4시간 반 걸린다고 했을 때 나는 6시간 정도 걸리지 않을까 짐작했는데 아내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모양이다. 4시간 반이 넘어가자 아직도 가야하냐고 물었다.
'구글신'은 1시간 정도가 남은 것으로 알려주었다.
처음엔 재미있어 하던 아내는 예상보다 길어지자 조금 지겨워하는 눈치였다.

냐짱에 도착해선 터미널로 가서 미니버스로 갈아타고 도시 중심부까지만 데려다주었다.
처음부터 한카페에서 밝힌 조건이라 불만을 토로할 수 없었다.
미니버스의 기사는 서림이 아니라 임꺽정처럼 우락부락하게 생긴 노인이었다.
추가 비용을 줄 터이니 숙소인 인터콘티넨탈까지 가주면 고맙겠다고 했더니 단호히 거절했다.
다른 베트남인들도 비슷한 제안을 하거나 불만을 토로하는 것 같았지만 노인네 기사의 뚝심이 더 셌다.

거기서 다시 택시를 타고 목적지에 오니 '산 넘고 물 건너'라는 표현이 실감났다.
젊었을 때는 이것보다 더한 강행군도 문제없었는데 나이 든 탓이다. 
체크인을 하고 서둘러 클럽라운지로 가 이것저것을 허겁지겁 먹었다. 아침에 무이네 숙소에서 식사를 하고 오는 동안은 준비해 온 초코파이 한 개와 말린 과일 몇 개 먹은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드디어 마지막 여행지에 도착했음을 아내와 333맥주로 자축했다.

생선쌀국수

식사하는 도중 발리에서 사진이 왔다.
해가 저물도록 물에서 노는 저하들의 모습이었다.
2호저하는 4시간 반째 물에서 나오지 않았고, 서핑을 끝낸 1호도 그 비슷한 시간을 놀았다고 한다.
딸아이와 사위는 자신들의 결혼10주년 여행임에도 저하들의 뒷수발에 여념이 없는 듯했다.

힘들면서도 즐거운 게 부모의 마음이긴 하겠지만 그 정도로 놀았으면 초저녁에 곯아떨어져야 부부끼리 와인이라도 마시며 로맨틱해질 수도 있을 터인데 우리 저하들은 밤 11시에도 영상통화를 하며 낮에 배운 인도네시아어를 썽썽한 목소리로 자랑을 했다.

누가 그랬다. 자식들은 전생에 내가 진 빚을 받으러 온 손님이라고.
그래서 그들은 언제나 당당하며 부모들은 자식들을 극진히 모셔야 한다고.
딸과 사위는 손님들을 정말 극진히 '모신다'. 아내도 과거에 그랬지만 나는 딸에게 많이 부족했다.

노는 게 좋고
엄마가 좋고
지금이 좋다
그냥 참 좋다

- 정홍,「그냥 좋다」-

발리보다 한 시간 늦은 냐짱에 밤이 왔다.
해변 도로는 낮과는 다른 열기로 북적이는 듯했다.
내일 아침과 저녁에는 아내와 나도 저 길을 걸어볼 것이다. 

'여행과 사진 > 베트남'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 베트남 - 냐짱 2  (0) 2024.09.08
2024 베트남 - 냐짱  (0) 2024.09.07
2024 베트남 - 무이네  (0) 2024.09.05
2024 베트남 - 무이네 가는 길  (0) 2024.09.04
2024 베트남 - 호찌민 3  (0) 2024.09.0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