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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베트남

2024 베트남 - 무이네

by 장돌뱅이. 2024. 9. 5.

무이네는 호찌민과 이번 여행의 종착점인 냐짱(Nha Trang)의 중간 지점에 있다.
호찌민에서 냐짱이 서울에서 부산 거리와 비슷하므로 중간에 위치한 무이네는 추풍령쯤 되는 곳이다.

처음엔 아내와  고원도시 달랏(Dalat)을 들러서 냐짱에 가려고 했다가 무이네를 경유하기로 했다.
호찌민에서 달랏은 8시간 정도 버스를 타야 하는데, 무이네까지는 5시간 정도가 걸리고 또 무이네에서 냐짱까지도 대략 5시간 걸리는 버스 이동시간을 고려한 것이다.   

우기인 무이네의 날씨는 변덕이 심했다.
파란 하늘이 나오는가 싶으면 어디선가 먹구름이 몰려와 한바탕 비를 쏟고 지나가곤 했다.

자고 일어나니 맑은 날씨였다. 하루 전 차가 다닐 수 없도록 길에 토사를 쏟아낼  정도의 폭우를 퍼부었으니 적어도 오늘 하루는 맑지 않겠느냐고 아내와 이야기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건 무이네 날씨를 모르는 섯부른 예상이었다.)
맑은 날씨에 덩달아 기분도 맑아져 따가운 햇살을 괴념치 않고 바닷가와 숙소 주변의 해안도로를 걸었다. 파도는 거칠어 보였다. 그래서인지 수영하는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해변과 맞닿아 있는 숙소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유튜브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빈둥거렸다.
수영을 할까 생각하다가 아내에게 호찌민에서 좋아했던 핫스톤 마사지를 권했다.

숙소 안에 있는 스파에서 아내 마사지를 받고 나는 스파 라운지에서 책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썼다. 라운지는 초록의 숲 속에 있는 데다 사방으로 트여 있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책을 읽다가 나른하게 졸기에 좋은 공간이었다. 

아주 잠깐 사이에 날씨가 또 변덕을 부렸다.
쏴아 하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맑은 햇볕이 사라지고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천둥까지 동반한 요란한 비였다. 혼자 앉아서 막힘없이 들려오는 빗소리도 듣기에 좋았다.
마사지를 마친 아내가 흡족한 얼굴로 나왔다.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려 숙소에서 가까운 Cham Garden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손님이 우리밖에 없어 조용했다. 
딸아이네 가족이 발리에 있어서인지 식당 분위기가 꼭 발리 어디에 와있는 것 같았다.

넴쟌(Nem rán, 스프링롤)
반쎄오(Bánh xèo)
새우소고기사떼

식사를 마치자 마침내 비가 그쳤다. 오늘은 더 비가 안 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조금 늦은 시간이지만 샌드듄(Sand Dune) 지프투어를 예약했다.

지프를 기다리고 있는데 발리에 있는 손자저하가 서핑을 하는 사진과 영상이 왔다.
발리의 꾸따(Kuta) 비치는 오래전부터 초보 서핑에 적합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 하는 서핑인데 저하는 제법 중심을 잘 잡았다.

아내와 나는 저하가 앞으로 비즈니스 타고 서핑하러 발리에 가자고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재미있게 했다. (나중에 딸아이가 저하에게 물어보니 우리와 갔던 태국 파타야> 축구> 서핑 순으로 좋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무이네에는  여행객들에게 알려져 있는 두 곳의 모래언덕이 있다. 지프차를 대여하면 White Sand Dune과 Red Dune과 함께 어촌 마을(Fishing Village), 요정의 시냇물(Fairy Stream)을 돌아올 수 있다. 비용의 차이는 없지만 우리는 모래 언덕 두 곳만 다녀오기로 했다.

먼저 들른 곳은 화이트 듄이었다.
입구에 도착하자 ATV(4륜 오토바이)를 권하는 사람들이 다가왔다.
"멀어요.! 힘들어요!" 한국말을 했다.

모래 언덕에는 정상을 향해 ATV가 지나간 바퀴 자국들이 어지럽게 나있었다.

우리는 걸어서 오르기로 했다. 마침 날이 흐려 덥지 않았고 오전에 내린 비로 모래가 물기를 머금고 있어 걷기에 좋았다. 선선한 바람도 불었다. 모래 언덕 정상이 아득히 멀어 보여 아내가 걸을 수 있는 곳까지만 가기로 했는데 오래지 않아 오를 수 있었다. 아내가 말했다.
"눈이 게으른 거야."

정상에서 사람들은 비닐을 타고 모래언덕을 미끄러져 내려가는 놀이를 하고 있었다.
이 모래언덕은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근처에 풍력발전기가 보이는 것으로 보아 바람이 드센 곳인 것 같은데 혹 그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 거대한 모래언덕은 얼마나 장구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것일까? 아내와 즉흥적으로 답이 나올 리 없는 질문들을 나누며 올라갔던 길을 다시 내려왔다.

화이트듄 다음으로 가려고 했던 레드듄은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포기를 했다.
정말 종잡을 수 없는 무이네 날씨였다.
어느 한 곳을 보고 못 보고에 따라 내일 아침에 달라질 일은 없기에 큰 미련은 없었다.

저녁 식사는 다시 Bờkè Mr.Crab에서 했다.
하루 전과는 조금 다른 메뉴로 시켜보았다. 게찜도 두 마리 추가를 했다.
사이공맥주까지 합쳐서 3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
신기할 정도로 싼 물가이고 베트남여행의 장점이기도 했다.

해산물볶음밥
모닝글로리볶음
가리비조개치즈구이
게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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