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회사 직원들과 만나 이른 송년회를 했다.
2002년 월드컵 때 청담동 한 카페에서 회식을 하며 대표팀 승리에 광란의 시간을 보내던 기억.
그때는 부장이며 과장이었는데 이젠 각자 회사의 어엿한 대표들이 되어 있었다.
하긴 그게 언제 적인가.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는 세월 아닌가.
긴 인연이다.
나는 내가 세상에 베푼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세상으로부터 받고 있는 행운아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다시 한번 그걸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자리를 옮겨가며 옛 이야기와 얼마 전 다녀온 여행 이야기와 사는 이야기를 했다.
마음속에 숨겨둔 다른 잇속이나 눈치가 있을 리 없는 투명한 시간이었다.
저 강이 흘러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다면
생에 대해서 말할 수 있을 텐데
바다로 흘러간다고도 하고 하늘로 간다고도 하지만
시방 듣는 이 물소리는 무엇인가
흘러간다면
저기 아직 먹이 잡는 새들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 것인가
은빛 배를 뒤채는 저 물고기들은
또 어디로 흘러간 물의 노래인가
공이라 부를 건가
색이라 부를 건가
물은 거기 서서 가지 않고 흐르는데
내 마음속으로도 흐르는데
저 나무와 새와 나와는 또 어디에 흘러
있는 것인가
- 복효근,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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