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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웃으며 삽시다

by 장돌뱅이. 2024. 12. 18.

긴장되고 화나고 답답하고 팍팍한 날들.
가끔은 일부러라도 이런저런 웃음을 찾아보자.

시간은 비어서 오고 무엇으로 채우는가는 어차피 우리 몫 아닌가.

-이게 마지막 버스지?
-한대 더 남았슈.
-손님도 없는데 뭣하러 증차는 했댜?
-다들 마지막 버스만 기다리잖유.
-무슨 말이랴? 효도관광버슨가?
-막버스 있잖아유. 영구버스라고.
-그려. 자네가 먼저 타보고 나한테만 살짝 귀띔해줘. 아예 그 버스를 영구적으로 끌든지.
-아이고 지가 졌슈.
-화투판이든 윷판이든 지면 죽었다고 하는 겨. 자네가 먼저 죽어.
-알았슈. 지가 영구버스도 몰게유. 본래 지가 호랑이띠가 아니라 사자띠유.
-사자띠도 있남?
-저승사자 말이유.
-싱겁긴. 그나저나 두 팔 다 같은 날 태어났는 데 왜 자꾸 왼팔만 저리댜?
-왼팔에 부처를 모신 거쥬.
-뭔 말이랴?
-저리다면서유? 이제 절도 한채 모셨고만유. 다음엔 승복 입고 올게유.
-예쁘게 하고 와. 자네가 내 마지막 남자니께.

- 이정록, 「청양행 버스기사와 할머니의 독한 농담」-

시는 우리 모두가 마지막 버스를 타러 가는 존재라는 어떤 비장함과 쓸쓸함, 연민과 비애가 들어올 수도 있는 상황을 능청과 여유로 밝게  비춘다. 그렇게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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