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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지치지 않을 것이다

by 장돌뱅이. 2024. 12. 22.

*출처 : 김용민의 그림마당 2024년 12월 19일

그는 유신독재의 마지막과 5공 사이의 과도기에 행정수반을 지냈던 최규하와 닮아 있다.
끝내 그 과정에 무색무취 함구무언으로 일관했던.
그래서 결국 5공의 탄생을  돕고 내란진상 규명에도 걸림돌이 되었으며 국민의 고통도 가중시켰던.

2014년 8월 방한을 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월호 유가족을 찾아 위로를 했다.
어떤 이가 '세월호 추모 리본'을 단 교황에게 그런 행동들이 정치적으로 오해될 수 있다며 중립적이었으면 하는 우려를 하자 교황이 말했다고 한다.  
"인간의 고통 앞에서 중립은 없다."

12월 3일 이래 한 달 가까이 찬 거리에 서 있는 국민들의 고통 앞에 그는 어디에 서있고자 하는 것일까?
누구를 위로하고 누구를 돕고자 하는 걸까?
'멧돼지'의 '아바타'로 역사에 남고자 하는 걸까? 

21일 저녁 안국역 3번 출구에 사람들이 모여서 외쳤다.
"내란 수괴 '그 XX'를 파면하고 구속하라!"
춤추고 노래부르니 우리가 마냥 즐겁기만 한 줄 아느냐?
지치지 않기 위해서다.
지치지 않을 것이다.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든 시인이
'촛불'이라고 한번 써보면,
자기를 갉아먹고 있던 내면의 그림자가
빛을 찾아 거리로 나온다.
가난하고 외롭고 쓸쓸한 시인들이
한 마음으로,
'광화문의 촛불들'이라고 힘주어 써보면
닫혀 있던 서울의 하늘이 열린다.
감고 있던 눈들이 열리고
막고 있던 귀들이 열린다.
지퍼로 채워진 입들이 열린다.
모래알만큼 졸아든 시인들이
'촛불혁명'이라고 용기 내어 써보면,
지성이 분노와 결합하여
소시민들이 시민들로 탈바꿈한다.

- 최서림, 「그날 이후」- 

분리수거를 하러 아파트 쓰레기 장에 가니 누군가 그곳에서도 외침을 계속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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