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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쫄지맙시다

by 장돌뱅이. 2025. 2. 20.

*출처 : 굿모닝 충청 "고카루스 만평"

장기를 둘 때 상대방이나 곁에서 구경을 하는 사람 모두가 졌다고 생각하는데, 끝까지 아니라고, 한(漢)이나 초(楚)가 하나 남을 때까지 지지 않았다고 우기는 장기를 '뚱이 장기'라고 한다. 남이 어떻게 생각하건 말건, 손가락질하건 말건, 자기 생각만 하고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을 '뚱이'라고 부르는 데서 비롯되었고,  이 말은 옛 중국사람들이 우리를 얕잡아 불렀던  동이(東夷)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날리면, 대왕고래, 계몽령, 인원, 요원, 의원, 달그림자 등등 입만 열면 '구라'인  '그 X'이야 자기 생사가 걸렸고 또 자신을 닮은 아바타의 'Yuji'도 걸렸으니 오만가지 '뚱이질'을 다하는 것이겠지만 거기에 깃발과 아우성을 보태는 작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얼마 전 광화문역 근처에 나갔다가 마주친 집회의 십자가는 차라리 이 세상에 예수님이 오지 않았으면  세상이 더 평화로웠을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어쩌면 온갖 데마고기(Demagogy)와 프로파간다가 난무하여 예수님이 설 자리가 있을 수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도 같기도 하고.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귄터 그라스는 "신앙이 이성 앞에 놓이게 되면, 곧바로 정치와 문학의 파괴가 시작된다"고 했다. 이미 드러난 객관적 사실보다 어느 한편의 '선택'을 우선하고  심지어 자신의 권위가 진실 위에 있는 것처럼 허세까지 부리는 광화문 집회의 소음은 내겐 마치 무간지옥의 비명처럼 다가왔다.

그러나 비겁한 자들과 불충한 자들, 역겨운 것으로 자신을 더럽히는 자들과 살인자들과 불륜을 저지르는 자들, 마술쟁이들과 우상 숭배자들, 그리고 모든 거짓말쟁이들이 차지할 몫은 불과 유황이 타오르는 못뿐이다.  (「요한묵시록」, 21장 8절)

히틀러의 선전장관 괴벨스는 거짓 선동을 위해, '
습득한 정보가 무엇인지는 기억하지만 믿을 만한 출처에서 나온 정보인지는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Source Amnesia, 출처 기억 상실)'이나 '여러번 반복될수록 거짓 메시지도 믿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현상(Repeatition Effect, 반복효과)'과 같은 인지 편향의 기술을 이용하는데  전문가였다고 한다. 그는 또 "프로파간다는 조종 당하고 있는 사람이 자유의지대로 행동하고 있다고 착각할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민의 시사만평, <거짓말 믿게 만드는 법>

그런 청맹과니 '자유의지'들의 착각과 망동 앞에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김어준 식으로 말하면 한마디로 '쫄지마!'이다.
미국 학자 리 매킨타이어 (Lee Mckintyre)는 그의 책『포스트 트루스(POST-TRUTH)』에서 이렇게 말했다.

교훈은 거짓말에는 언제나 맞서 싸워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주장이 아무리 터무니없다고 할지라도 아무도 믿지 않으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거짓말쟁이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누군가가 그 말을 믿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충분한 상식을 갖추고 있어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더 이상 그러한 가정을 해서는 안 된다. 탈진실의 시대에는 당파적인 힘이 개입해 사람들을 조종하고 정보의 출처가 파편화되어 있어서 누구든 의도적 합리화에 쉽게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거짓말에 맞서야 하는 이유는 거짓말쟁이를 설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어차피 거짓말쟁이는 이미 자신의 검은 속내에 너무나 깊이 빠져서 갱생의 여지가 없을 수 있다. 그보다 우리는 모든 거짓말에  관객이 존재한다는 점을 기억하면서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유익을 주기 위해 거짓말과 맞서 싸워야 한다. 우리가 거짓말에 맞서지 않는다면, 단지 무지한 상태에 있던 사람들이 의도적 인식 회피 단계를 지나 본격적인 부인주의 단계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 그때가 되면 어떠한 사실이나 증거도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는 상태가 될 것이다.


적어도 우리는 거짓말을 마주하면 거짓말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탈진실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사실문제를 모호하게 만들려는 그 어떤 시도에도 의문을 제기해야 하며 어떠한 거짓에도 맞서 싸워야 한다. 거짓이 내는 목소리가 아무리 크다고 할지라도 '진실'은 우리에게 맞서 싸울 힘을 준다. 당파적인 주장이 끝없이 이어지고 회의론이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시대라고 할지라도 '진실'은 결국 드러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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