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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잘 뽑자

by 장돌뱅이. 2025. 2. 22.

중국 춘추시대 제(齊)나라 환공이 마구간을 돌아보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물었다.
"이곳에서 일을 하다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인가?"
그가 대답을 하지 못하자 옆에 있던 사람이 말했다.

"제가 예전에 이 일을 맡아보았는데 말 우리를 만드는 일이 제일 어려웠습니다. 처음에 굽은 나무를 쓰면, 이 굽은 나무가 다시 굽은 나무를 원하기 때문에 곧은 나무를 쓰려야 쓸 수가 없습니다. 이와 반대로 처음에 곧은 나무를 쓰면, 이 곧은 나무가 다시 곧은 나무를 원하기 때문에 굽은 나무를 쓰려야 쓸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 말을 한 사람은 유명한 고사성어 '관포지교(管鮑之交)'에 나오는 관중(管仲)이다.
그는 말(馬)을 가두는 우리를 만드는데 빗대어 나라를 올바르게 세우기 위한 인재의 등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관중은 공자 보다 약 150년 전 사람으로 그가 제나라의 정치를 맡게 되자 보잘것없던 나라가 부유하게 되었고, 국력은 강해졌다. 더불어 백성들은 좋고 나쁜 것을 가릴 줄 알게 되었다. 그를 등용한 환공은 천하의 우두머리가 되어 제후들을 이끌었다.
그 때문에『삼국지』의 제갈량은 관중을 자신의 롤모델로 삼기도 했다.

관중은 또 '극단'을 멀리 할 것을 환공에게 권했다.
역아라는 신하는 환공이 "나는 다른 음식은 다 먹어 보았는데 갓난아이로 만든  찜은 먹어보지 못했다"는 농담을 하자(왜 이런 끔직한 농담을 했는지, 이게 농담일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바로 자신의 어린 아들을 쪄서 바쳤다. 수조라는 이는 환공이 많은 후궁들을 안심하고 관리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자 자청하여 고자(鼓子)가 되어 관리를 맡아 주었다. 또 당무라는 사람은 사람이 죽을 때를 알아맞히고 왕의 타고난 지병을 치료해 주었고, 개방은 왕을 모시느라 15년 동안 한 번도 부모를 뵈러 가지 않았다.

관중은 환공에게, 역아는 제 자식을, 그리고 수조는 제 몸조차 제대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며, 당무는 사람이 알 수 없는 운명과 천생의 약점을 이용하여 왕에게 접근하였고, 개방은 제 부모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신뢰할 수 없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관중의 충고를 왕은 무시했고, 역아, 수조, 당무, 개방은 서로 결탁하여 반란을 일으켰다.
결국 왕은 갇힌 채 굶어 죽었고
방치된 시체에서 생긴 구더기가 방문 밖까지 기어나갔다고 한다.

"일 년의 계획으로는 곡식을 심는 것만 한 것이 없고, 십 년의 계획으로는 나무를 심는 것만 한 것이 없으며, 평생의 계획으로는 사람을 심는 것만 한 것이 없다."

관중이 남긴 말이다.

*출처 : 2012년에 개봉된 영화 <<범죄와의 전쟁>> 포스터(왼쪽)과 최민의 시사만평(오른쪽)

가히 '나쁜 놈들 전성시대' 같은 요즈음의 혼란은 '굽은 나무'에 '굽은 나무'가 맞닿고 ,'역아 수조 당무 개방'의 후예들이 결탁한 난동에서 비롯되었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란 말이 들어맞는다.
하지만 더 근원적인 책임은 애초에 '굽은 나무'를 그곳에 놓은 사람들에게 있다.
정치적 선택은 각자의 지성과 도덕적 의지가 집약된 표현이다.
그런데도 자신의 선택 행위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자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 잘 뽑자.
잘못 뽑았으면  반성이라도 제대로 하자.
언제까지 이러고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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