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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용산어린이정원

by 장돌뱅이. 2025. 5. 14.

아카시아 꽃향기가 은은한 날이다.
어느 땐들 아깝지 않은 시간은 없지만 짧은 봄은 늘 아쉽다.

오래 시간을 함께 걸어온 친구들과 동부인하여 용산어린이정원을 다녀왔다.
용산어린이정원은 미군이 주둔하던 곳이다.
공원의 안내 팜플렛과 영상은 이곳이 무려 '120년 동안 금단의 땅'이었다고 전했다.
일제강점과 미군 주둔이라는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압축하는 격동의 현장이라는 말이겠다.

이곳은 사전예약을 해야 들어올 수 있다.
그러고서도 입구에서 마치 비행기를 탑승할 때와 같은 신원 확인과 보안검사가 이루어졌다.
왜 그러지? 아직 미군들의 어떤 보안 시설이 아직 남아 있는 건가?
직원에게 물어보니 대통령실이 가까이 있어서 그렇다고 했다.
이런! 그랬었지.
세상의 곳곳을  꼼꼼하게도 망쳐놓은 '그 X' 소식에 
귀를 씻고 싶었다.

미군의 살림집만(?) 남은 공원은 늦은 봄의 맑은 햇살이 가득했다.
마치 미국의 어느 한적한 교외 마을 같았다.

우리는 무람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그 속을 걸었다.

우리가 함께 했던 세월은
우리의 생명이 되었다
한줄기 바람도
그윽한 안개비도
우리의 목숨이 되었다
(중략)
먼 하늘이 낮게 가라앉아
밤 끝에 또 밤이 와도
내가
그대를 잊지 않는 한
어둠은 오지 않는다

- 김초혜, 「너와 함께」중에서 -

공원 근처에 있는 식당 봉피양에서 저녁을 하고 차를 마셨다.
그리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노년의 건강을 서로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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