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손자저하들이 다녀갔다.
설날 장례식장에서 보고 근 한 달 만이다.
갑작스럽게 결정된 방문이라 아내와 음식 준비를 서둘러야 했다.
WBC에서 우리 야구팀이 콜드게임으로 패하여 경기가 일찍 끝난 것이 다행(?)이었다.

1호 저하는 이제 어른들이 먹는 걸 대부분 먹는다. 메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문어숙회를 좋아하는 것도 그렇다. 특히 내가 만든 초고추장을 좋아한다. 그 외에 1호도 좋아하고 아직 매운 것을 먹지 못하는 2호의 입맛도 고려하여 떡만둣국, 샐러드, 해물잡채도 만들었다.




1호는 학년이 올라가 변화된 새 생활에 적응하느라 바빠 보였다.
밀린 놀이를 한꺼번에 할 욕심인지 오자마자 챙겨 온 놀이 도구들을 침대 위에 풀어놓았다.
우선 바둑부터 시작했다. 바둑은 일 년 만이었다.
그동안은 체스나 장기, 보드게임을 주로 했었다.

맞바둑을 두었는데 내가 대패를 했다.
물론 나의 실수는 '일수불퇴'였고, 저하는 '다수가퇴'인 불공정 룰이 작용한 결과이긴 하지만 나의 허접 바둑으로도 판을 좌지우지하던 1년 전에 비해 이젠 상대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저하는 나의 잘못된 수를 바로잡아 주고 그 이유를 설명해주는 여유까지 보였다.
방과 후 교실과 학원에서 기초부터 찬찬히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

어른들과 저하들이 모두 참가하여 우노(UNO) 게임도 했다.
아직 규칙을 모르면서도 함께 하고 싶은 2호저하는 내 옆에 앉아 내 손의 카드를 빼거나 더미에서 카드 한 장을 가져오는 중요한(?) 역할에 굉장히 즐거워했다.

한달 동안 2호 저하의 가장 큰 변화는 '앞니가 빠진 새앙쥐'로의 변신이었다.
젖니갈이를 시작한 것이다.
치과에서 이를 뺄 때 전혀 울지 않았다고, 형아가 되는 중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사랑이란
나를 너만큼
파내는 일
그 자리에
너를
꾹 눌러 심는 일
- 문숙,「나무를 심으며」-
한 때 우리도 그렇게 어린 나무였다.
지금은 그런 나무들이 심어진 자리로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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