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까지 미국 전역에 카지노는 오직 한 곳 라스베거스밖에 없었다.
그러나 1988년 이후 각지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캘리포니아주에만 100개에 달하는 카지노가 번성하고 있다고한다.
미국에 땅을 빼앗기고 가난과 범죄에 빠진 인디언들에 대한 시혜산업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카지노는 이제 주정부의 주요 세수원으로 장려된다는 것이다.
슬롯머신 1만5천대를 허가해주는 대신 연간 9억달러라는
거액의 세수를 거두는 주도 있다고 한다.
일을 마치고 술을 한 잔 한 끝에 카지노 이야기가 나왔다.
샌디에고 외곽에만 서너 군데의 카지노가 있는 모양이다.
"불쌍한 인디언을 돕는다잖아!"
현실성없는 그럴 듯한 명분을 누군가 의도적으로 끌어내니 유모어가 됐다.
그러나 한국의 정선카지노에 광부들을 생각해서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미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두운 프리웨이를 달려 VIEJAS라는 카지노에 갔다.
밖에서 보는 현란한 네온사인과 분수쇼가 환상적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저마다 기계 앞에 앉거나
블랙잭을 하기 위해 테이블에 앉았다.
한참을 구경하다 나도 슬롯머신에 앉았다.
그것에 특별한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블랙잭처럼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은
나의 서툰 플레이가 다른 사람의 피해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 느낌도 없이 기계적으로 보턴을 두드렸다. 기계는 무늬가
돌아가다 멈추며 제 스스로 알아서 점수를 올리거나 내렸다. 아무런 흥미나
관심이 있을 수 없었다. 왜 점수가 올라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차라리 고스톱이 낫지 않은가? 그건 내가 선택이라도 할 수 있지.
시간을 죽이기 위해 착실하게(?) 25센트짜리 최고 저가의 배팅만 했는데도
30분만에 60불이 나갔다.
자리에서 일어나 카지노 내부를 돌아보았다.
아시아인들이 백인들보다 더 많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의 카지노에서 볼 수 있는 공통 현상이라고 한다.
여유있어 보이는 백인들과는 달리 그들 대부분이 '놀음'이 아니라
'노름'을 하는 '타짜'들로 보인 것은 소득이 낮을 수록
사행성게임에 투자하는 비율이 높다는 글을 읽은 일 게다.
미국내에서 로또와 카지노는 가장 급성장하는 산업이다.
미국인들이 일년동안 영화와 음반, 스포츠 관람에 소비한 돈보다도
더 많은 액수의 돈을 이 두 가지의 '인생역전의 꿈'에 투자한다고 한다.
그러나 누구나 그런 꿈을 실현하여 그 때문에 망한 카지노와 복권회사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고 보면, 그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던 '아메리칸드림'과는
다른 초췌한 망상일 뿐이다.
그런 '한 판'의 꿈을 꾸게 하는 사회는 '역전의 드라마'가 아니면 결코
좀더 나은 삶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절망을 역설적으로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말하다보니 우리나라의 '바다이야기'가 생각난다.
요즈음엔 '아파트'가 더 연상에 합당한 단어일까?
(2006년 미국 출장 중에 쓴 글, 그때 우리나라에선 요즈음과 달리
아파트값이 치솟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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