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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미국 출장7

by 장돌뱅이. 2012. 10. 10.

 


이 세상의 가장 흥겨운 일 중의 하나가 출장을 마치고 귀국짐을 싸는 일이다.

일을 마치고 호텔방으로 들어오는 순간 뭔가 ‘한 껀’을 했다는 충만함으로 흥분된다.
진짜로 뭔가 한 껀(수주를 받았다거나 판매가를 인상시켰거나 클레임을 해결했거나
현지직원들의 문제를 원만히 해결했거나 등등) 한 출장은 흥분이 더욱 고조된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해진다.

이번 출장은?
최소한도 나쁘지 않았다고 자신을 다독여본다.
이럴 때 'a little'과 'little'의 차이는 단순히 수사적인 차이가 아닐 것이다.
늘 ‘a little’ 만큼의 세상과 삶에 감사하며 살고 싶다.

이른 아침 샌디에고에서 출발하여 우윳빛 안개가 짙은 프리웨이를 두 시간이 넘게 달려
유별나고 번잡스런 엘에이공항의 보안검색과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오르기까지,
그리고 긴 비행시간 내내 몸이 새털처럼 가볍다.

승무원들의 친절한 서비스와 함께 먹는 기내식 속에서 자꾸 된장찌개 냄새를 맡게 된다.
거기에 싱싱한 초록의 열무김치와 간이 제대로 베인 파김치가 떠오른다.
아내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저녁이면 늘 차려주는 첫 식단이다.
“그래 이 맛이야!” 라고 늘 내가 약간 과장된 표정으로 눈을 감으며
감탄사를 터뜨리는 순간을 상상해본다.


*위 사진 : 인천공항에서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출장기간 동안 하루에 한번씩 아내와 메일을 주고받는다.
이국의 호텔방에서 잠자리에 들기 전 아내가 보낸 메일을 열어보는 손끝에는
연애시절의 편지를 받는 듯한 설레임이 오롯이 살아있다.
따뜻하고 푸근하다.
세월이 흘러 우리들의 이야기에는 옛날에는 없던 딸아이가 언제나 등장한다.
아니 딸아이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라는 말이 옳겠다.
자잘한 ‘우리이야기’를 전하는 아내의 (이번 출장 마지막) 메일의 제목은
“행복한 우리집”이었다.

저녁 해가 땅 끝에 닿을 무렵 비행기는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집까지 남은 한 시간
남짓의 거리가 12시간의 비행시간보다 멀어 보여 나는 조급해지기 시작한다.
(200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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