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 : 직원들과 식사를 한 호텔 칼라피아
올해 초인가 멕시코의 티후아나에 사업체를 갖고 있는 한 한국인 사업가가 몸값을 노린
몇 명의 멕시칸에 의해 납치당했다가 극적으로 탈출한 적이 있다. 그 뒤로 같은
지역에 공장을 두고 있는 우리 회사를 비롯한 모든 한국인 투자 기업들은 부쩍 직원들의
안전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이다.
지난 주에는 공단협회에서 증가 추세에 있는 티후아나의 납치와 살인 같은 강력 범죄를
알리고 주의를 당부하는 공문을 보내왔다. 첨부 서류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었다.
A wave of kidnappings has hit Tijuana, Mexico, just across the border from
San Diego. Citizen's groups say more than 150 people have been kidnapped
for ransom over the last year. The trend has made many wealthier families
nervous -- and some are moving to the United States as a results.
공문은 (티후아나 지역이 아니라) 멕시코 전역에 대해서 심지어 다음과 끔찍한
통계도 전했다.
More than 1,500 people have died in narcotics-related killings this year alone.
멕시칸 직원들과 해변가 식당으로 저녁을 먹고 간다고 하자 저녁 대신 점심을 먹고
일찍 샌디에고로 돌아가는 게 어떻겠느냐고 충고하는 한국인도 있었다.
사무실의 멕시칸 직원 한 사람을 불러 물어보았다. 티후아나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었다.
“요즈음 티후아나의 치안 상태가 안좋다는 말이 있던데...”
직원 - “지난 번 한국인 납치 때문에 그러냐?”
“꼭 그것만이 아니고 요사이 살인사건과 납치 등이 빈번하다던데...특히 마약 관련하여.”
직원 - “모르는 일이다. 있었다면 아마 마피아들 사이의 일일 것이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당신 생각에는 안전하다는 말이냐? 한국인도?... ”
(직원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자신으로선 유모어라고 생각하는 듯한
말을 꺼냈다.)
직원 - “적어도 서울 꼬레아 보다는 안전하지 않겠느냐.”
(그는 한국에 와본 적이 없다.)
“서울이 왜 티후아나보다 위험한 곳이라고 생각하느냐?”
직원 -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북한은 미사일로 서울을 공격을 할 것이니까.”
“미사일?!!!”
예상치 못한 그의 대답에 나는 실소를 했고 그는 나의 우려를 터무니없어 했다.
나는 2002년 월드컵을 상기시키며 서울의 안전을 강조해보았다. 그는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멕시코의 티후아나보다 서울이 안전하다는 사실은 납득하지 않는 듯 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멕시코는 월드컵을 두 번이나 치룬 나라였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때로 우리를 원시(遠視)로 만들기도 하는가 보다.
직원 몇 명과 바하 캘리포니아(Baja California) 반도의 해안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향하다
한 호텔 겸 식당에서 랍스터요리를 먹으며 저녁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날이 흐려 태평양으로 지는 저녁 해를 볼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을 뿐
미사일도 납치도 없는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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