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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미국 출장3

by 장돌뱅이. 2012. 10. 10.


그것이 만약 즐겁고 기쁘고 유쾌하고 재미있고 행복하기만 한 일이라면

월급까지 주며 나를 보내지 않았으리란 생각을 직장생활 23년째 이어가면서
오늘 하루도 갖가지 '고행꺼리'에 기죽지 않고 만나고자 한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있어!
만고의 진리 아닌가.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는 미국인 고객 G는 변함없이 오만하다.
 게다가 만나기만 하면 그 놈의 뻔한 이야기를 자신만의 노하우와 아량인 것처럼
장광설로 과시를 한다. 장돌뱅이 생활을 하다보면 더러 만나게 되는 오만이다.
어쩌랴! 그걸 들어주는 것도 비싼 비행기 타고 태평양을 건너온 이유인데.
나의 서툰 영어로도 이해에 지장이 없을 만큼 벌써 몇 번 째 반복되는
‘명심보감’이지만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추임새까지 넣어가며 들어준다.

어떨 땐 그의 사무실을 나와 차에 오르기 전, 고개를 돌려 허공에 대고 
슬쩍 한마디를 내뱉으며 꼬여있는 심사를 풀어버릴 때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식사가 맛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이지만 욕은 역시 한국말로 해야  제 맛이 난다
.“이런 우라질 %^&*#$!!!”

멕시코에서 국경을 넘어 다시 샌디에고 사무실로 향하는 길,
창밖의 하늘이 우리의 가을과 닮아있다.
잠시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햇살을 하나 가득 받고 있는 초록의 잔디 동산이 눈부셨다. 

오후에는 김기택의 시에 나오는 「사무원」처럼 내내 ‘損益管理臺帳經’과
‘資金收支心經’ 속의 숫자에 눈을 박고 앉아 ‘의자 고행’을 했더니
잠깐 사이 텅 빈 하늘에 붉은 빛만 조금 남겨 놓고 해가 서산 너머로 가버렸다.
(20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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