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호텔에서 주는 신문 USA TODAY 에 베네주엘라의 챠베즈대통령이
유엔에서 부시를 ‘악마’라고 부르며 신랄하게 비난을 퍼부었다는 기사가 큼지막하게 나있다.
그 밑에는 미국내 부시의 지지율이 기름값 하락으로 높아졌다는 기사도 실려 있다.
이 극단의 평가에는 어떤 연관 관계가 있을까?
아니면 전혀 없을까?
멕시코 티후아나(TIJUANA)와 미국의 샌디에고의 경계선에 있는 국경검문소를
통과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하나는 걸어서 출입국심사대를 통과하는 방법이고
다른 두 가지는 차를 타고 가는 것인데 일반 라인과 익스프레스 라인이 있다.
일반 라인은 차를 탄 채로 여권을 제시하는 것으로 통상적으로 차들이 엄청 몰려있어
국경통과가 더디다. 익스프레스라인은 샌디에고에 거주하며 업무로 티후아나를 자주
찾게 되는 사람들에게 특별카드를 배부하여 신속한 국경통과를 보장하는 제도이다.
우리 회사 주재원은 익스프레스라인을 이용한다. 체재기간도 6년 이상이 된데다가
영주권자이므로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나처럼 한시적인 방문자는 그 차에 동승하더라도
그런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일 우리 회사 직원은 익스프레스라인으로
들어서고 나는 적당한 곳에서 차에서 내려 도보로 국경을 넘는 방법을 택한다.
오늘 국경심사대에서 소란이 있었다.
나의 옆줄에서 출입심사를 받던 멕시코 청년이 갑자기 뒤로 돌아 멕시코쪽의 출입문을
향해 뛰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마 거짓증명서로 미국으로 가려다 들통이 난 것 같았다.
고함 소리가 나자 이곳저곳에서 제복을 입은 검문소직원들이 신속하게 뛰쳐나와
능숙한 솜씨로 청년을 벽으로 몰더니 팔을 꺾어 뒤쪽으로 수갑을 채웠다.
마치 영화 장면같기도 해서 처음에는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 청년은?
그의 계획이 성공하였다 하더라도 그에게 주어지는 환경이라는 것이
가히 예측해볼 수 있을 정도의 뻔 한 것임을 그도 모르지 않았을 것인데...
그럼에도 모험을 걸 수 밖에 없었던 청년의 남루한 입성같은 삶이
애잔하게 느껴졌다.
티후아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국경을 넘다 죽는 멕시코인이 해마다 증가하는
모양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멕시코의 가난은 더욱 심화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FTA만 유독 장밋빛으로 가득 찰 것이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앞서 그 길을 걸어간 나라의 어제와 오늘을 우리의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200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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