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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골프

by 장돌뱅이. 2012. 10. 24.

 




내가 골프채를 처음 잡아 본 것은

10여 년 전 인도네시아에서 근무 중일 때다.
공장을 찾아오는 외국손님 접대에 필요하다는 윗사람의 성화에 밀려
연습장에 나가게 된 것이다.

당시 나는 스스로 골프를 치며 살 수 있는 팔자가 못된다고 생각하였기에,
그리고 한국으로 귀국하고 나면 골프는 내 처지에 더욱 요원한 운동이 될
것이라고 여겨 철저히 무관심, 무열정으로 일관했다.

거기에 중뿔난 의식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골프는 비용 문제에 더하여
단위 면적당 즐길 수 있는 인원수를 생각하더라도, 땅이 좁은 우리나라에서는
해서는 안되는 운동이라고까지 생각했다.
골프장 하나면 축구장을 수십 개 만들 수 있다는 논리...
5공 시절 골프장 인허가를 둘러싼 온갖 추잡한 잡음에 대한 반감일 수도 있었다.

아내는 나와는 정반대의 입장이었다.
골프가 한국에서는 그런 논리 때문에 하지 않을 운동이라 해도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환경이 다른 외국에서는
할 수도 있고, 사정에 따라서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지금도 골프에 대한 나의 생각에는 근본적으로 변함이 없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러 ‘그 놈’의 골프가 필요한 자리가 생긴다.
샌디에고는 골프의 천국이라고 해도 되는 도시다.
사철 알맞은 날씨에 값싼 퍼블릭 코스가 산재하여 골프가 사치스런 개념을
갖고 있지도 않다. 주말이면 의례 한두차례씩 하는 것이 골프다.

샌디에고로 출장을 올 때마다 나는 골프장에서
'삽질'(BEST FARMER - 공대신 땅을 치는 것)과
‘못질’(BEST CARPENTERS - 골프공 윗부분을 치는 것)을 거듭하며
100타 안에도 들어서지 못하는 괴로운(?) 시간을 보내곤 했다.
여러 고수들의 가르침과 지청구를 들어가면서.

그런데 골프장에서 '농사'만 짓던 내가
지난 가을 샌디에고에서 무엇에 씌웠는지 난생 처음 100타를 돌파해 보았다.
내가 골프를 하는 동안 지겹게 느끼지 않은 유일한 날이었다.
새해 들어서도 그 여파를 몰아갈 수 있을런지는 또 다시 의문이지만.

할 수 있을 때 무엇인가를 아쉬움없이 해두는 것은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것이 골프든, 여행이든 아니면 사랑이든...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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