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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그래도 잃고 싶지 않은 것

by 장돌뱅이. 2012. 11. 22.




이런 적이 있다.

예전 골목마다 비디오 대여 가게가 번성할 때
골라잡은 비디오를 컴퓨터에 기록하던 주인여자가
"이거 예전에 한번 빌려가셨던 것인데요?" 하고 되돌려주던 적이.

중고등학교 때 본 "벤허"나 "쿼바디스",
왕우의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나,
이소룡의 "당산대형"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고,
그 이전에 흑백으로 본 "저 하늘에도 슬픔이"나 "돌아오지 않는 해병"조차도
한두 장면은 잊혀지지 않는데
불과 서너 달 전에 본 비디오는 왜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없는지...

안 읽었다고 생각하고 책장에서 꺼내든 책에
오래 전 그은 밑줄과 낙서가 있어 황당했던 것은 최근이다.
책방에서 집에 있는 책을 또 사들고 왔다가 무르러 가기도 했다. 
그 단편소설집을 펼쳐 목차를 보며 그 중에 하나의 이야기라도 ,
아니면 단 한 문장의 기억이라도 되살려보려 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대학 시절에 읽었던 어떤 시는 지금도 낡은 시집에서 힘들이지 않고 찾을 수 있는데.....

세월은 나이만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어떤 절실함도 거두어 가기 때문인지 모른다.
어느 시인처럼 그렇게 기억력은 떨어져도
상상력마저 잃고 싶지는 않은데.....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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