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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터어키

우연한 터어키 여행12.- 마르딘의 골목길A.

by 장돌뱅이. 2005. 3. 14.


*위 사진 : 시키지도 않았는데 포즈를 취해 주던 꼬마아이들.

내게 마르딘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을 꼽으라면 산의 경사면을 따라 지어진 집들과 그 사이로 난 골목길이었다.
좁고 긴 골목길 어디서 어디로 이어지는 줄도 모르는 길을
나는 무작정 걸어 다녔다.
실로피에서처럼 따라붙는 개구쟁이들의 등을 토닥거려주었고
나귀를 몰고 가는 아저씨와 눈인사를 나누었다.
등이 굽은 할머니의 짐을 들어주기도 하고,
수줍어 하면서 자신의 아이와 포즈를 취해주는 동네 아줌마의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다.

 
     구룡포의 골목길들. 한번 들어가면 출구가 어딘지 쉬 짐작이 안 되는 길들.

      한 사람이 겨우 빠져나올 듯한 길들이 구불구불 이어지고, 그 속에서 주름이
      깊게 패인 할아버지를 만나고, 기저귀를 빨랫줄에 너는 새댁을 만나고,
      세발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을 만난다. 구룡포의 골목길을 떠돌다보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 서울의 달동네라고 말한 서양의 어느
      건축학자의 매력이 이곳에서도 여전히 유효함을 알게 된다. 나란히 누워
      서로의 살갗을 부비는 집들. 담장들. 빤히 들여다보이는 이웃들의 꿈,
      가난, 숨결들. 삶의 시간들이 피워내는 가장 따뜻한 형상의 꽃들......
                                                            -곽재구의 “포구기행” 중에서-

위에 인용한 곽재구의 글에서 구룡포란 지명을 마르딘으로 바꾸면 그대로 내가 걸었던 마르딘에 대한 글이 되겠다.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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