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과 사진/한국

절 이야기2 - 부석사

by 장돌뱅이. 2013. 2. 2.

경북 영주와 충남 서산의 부석사(浮石寺)

한자 이름도 같은 절 부석사가 두 개가 있다.
절이 생기게 된 전설도 같다.

신라시대 당나라에서 공부 중이던 의상대사를 연모하던 한 당나라 아가씨 선묘(善妙)가
있었다.
그러나 불도에 뜻은 둔 대사로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선묘는 용이 되어 대사를 호위하겠다며
바닷물에 뛰어들어 죽고 만다.
선묘의 사랑은 대사가 부석사를 지을 때도 도움을 준다.
이미 그곳에 거주하던 마을사람들은(혹은 도적들은) 이곳에 절을 짓는 것을 반대한다.
그러나 이때 커다란 바위가 공중에 둥둥 떠오르며 큰소리를 냈다.이에 사람들은 혼비백산
하여 물러갔다.
돌이 떠오른다는 부석(浮石)이란 이름은 유래되었다고 한다.
 

 


*위 사진 : 영주 부석사

명성은 영주의 부석사가 압도적이다.
가람의 배치와 개개 건축물의 아름다움과 절에서 보는 눈맛도 그렇다.

유홍준은 그의 유명한 저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말했다.
“부석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집이다. 그러나 아름답다는 형용사로는
부석사의 장쾌함을 담아내지 못하며 장쾌하다는 표현으로는 정연한 자태를 나타내지 못한다.
부석사는 오직 한마디, 위대한 건축이라고 부를 때만 그 온당한 가치를 받아 낼 수 있다.“ 고.

유홍준도 바로 그 책에서 인용하였던 최순우의 글도 부석사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는다.

   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 낮, 스님도 마을 사람도 인기척도 끊어진 마당에는 오색 낙엽이 그림처럼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이 젖고 있다. 무량수전, 안양루, 조사당, 응향각 들이 마치도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 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
무량수전은 고려 중기의 건축이지만 우리 민족이 보존해 온 목조건축 중에서는
   가장 아름답고 가장 오래된
건물임이 틀림없다. 기둥 높이와 굵기, 사뿐히 고개를 든 지붕 추녀의
   곡선과 그 기중이 주는 조화, 간결하면서도 
역학적이며 기능에 충실한 주심포의 아름다움, 이것은
   꼭 갖출 것만을 갖춘 필요미이며 문창살 하나 문지방 
하나에도 나타 나 있는 비례의 상쾌함이
   이를 데가 없다. 무량수전이 지니고 있는 이러한 지체야말로 석굴암 
건축이나 불국사 돌계단의
   구조와 함께 우리 건축이 지니는 참 멋, 즉 조상들의 안목과 그 미덕이 어떠하다는 
실증을 보여주는
   본보기라 할 수밖에 없다. 무량수전 앞 안양문에 올라앉아 먼 산을 바라보면 산 뒤에 또 산,
  
그 뒤에 또 산마루, 눈길이 가는데까지 그림보다 더 곱게 겹쳐진 능선들이 모두 이
   무량수전을 향해 마련된 
듯싶어진다. 이 대자연 속에 이렇게 아늑하고도 눈맛이 시원한 시야를
   터줄 줄 아는 한국인, 높지도 얕지도 않은 
이 자리를 점지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층 그윽하게
   빛내 주고 부처님의 믿음을 더욱 숭엄한 아름다움으로 
이끌어줄 수 있었던 뛰어난 안목의 소유자,
   그 한국인.......

                                                         - 최순우,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중에서 -

나는 몇 해 전 사과꽃 피는 봄날 고치령 - 의풍리 - 남대리 - 마구령을 걸어서 부석사에 간 적이 있다.
앞선 두 분의 대가의 글과 품격에서 비할 수 없지만, 나의 책에 그때의 감동을 이렇게 적었다. 

   일주문에서 무량수전을 향해 오르다보니 3단계의 석축으로 나누어지고 다시 9단계의 계단을
   통해 세분화 된 
부석사의 건물 배치가 경쾌한 수직상승의 역동성으로 다가왔다. 거기에 석축을
   오를 때마다 자꾸 왼쪽으로 
몸체를 돌리면서 배열되는 건물들이 시각적인 거리감을 크게
   만들면서, 먼 수행의 길을 돌아 신비스럽고 
경외스런 부처님의 나라에 다다르는 구도자적
   마음가짐을 일깨우는 듯 했다. 

  
무량수전 모퉁이에 기대 앉자 서쪽 하늘로부터 노을이 시작되고 있었다. 스님들이 범종루에서
   북을 두드렸다. 
땅 위에 사는 모든 것들을 구제하기 위함이란다. 이어 물 속에 사는 것들을
   위해 목어를 치고 공중을 나는 것들을 
위해 운판을 두드렸다. 마침내 온 우주를 구제하기
   위한 서른세 번의 종소리가 갈증의 내 가슴을 흥건히 적시고, 
부드러운 곡선으로 겹쳐진
   산능선을 따라 긴 여운을 남기며 흘러갔다. 나는 백두대간의 저 장엄한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
   한없이 가라앉고 싶었다. 울고 싶었고 쓰러지고 싶었다. 저녁 어스름이 짙게 다가왔다.

    나는 오래도록 자리를 뜨지 못했다. 
                                                               - 졸저『아내와 함께 하는 국토여행』중에서-
 

 


*위 사진 : 서산 부석사

서산 부석면 도비산 중턱의 절은 영주 부석사에 비해 절 자체에 내세울 것은 크게 없다.
작고 아담한 절집과 멀리 내려다 보이는 서해 바다가 전부이다. 그러나
장엄하고 위대한 것만이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는 아니지 않는가.
사는 일과 그것을 닮은 여행이 그렇듯이.


   나와 나무와 햇빛뿐이다
   어린 동백 잎사귀는 햇빛에 반짝이고
   목련나무는 가지 끝에 보품한 솜눈을 달았다
   마른 풀도 돌멩이도 잠잠한 언덕리
   할머니 한 분 허리 굽히고
   천천히 그 길 지나간 뒤
   나도 나지막한 싸리나무 한 그루로
   길 옆에 가만히 서 있었다
   언덕에는 나무와 햇빛뿐이다
                  -조향미의 시, 「나와 나무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