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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샌디에고의 이웃들

by 장돌뱅이. 2013. 2. 19.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이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어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마종기의 시, 「우화의 강」- 


성당의 교우이신 제노베파님이 아내에게 시를 적어 보내주셨다..
고마운 마음으로 읽었다.
 

더불어 지금 가까이 있는,
혹은 한때 같이 있었던,
샌디에고의 이웃들을 생각했다.

먼 이국 생활의 헛헛한 시간마다
그들은 따뜻한 미소와 손길로
옆에 있어 주었다. 

세월이 흐른 뒤 그런 추억은
늘 우리를 젊게 만들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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