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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미국

패서디나와 류현진

by 장돌뱅이. 2013. 4. 11.

류현진의 LA다져스 입단 소식이 전해지던 날부터 아내와 그의 경기를 보러가기로 다짐을 해 둔 터였다.
샌디에고팀과 같은 리그에(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속해 있으므로 기다리면 샌디에고에도 오겠지만
류선수의 등판 일정과 잘 맞지 않았다.

그의 메이저리그 첫 출전 경기는 주중이라 가지 못하고 아쉬워하던 차에 두 번째 등판 일정이 확정되었다.
마침 일요일 낮 경기였다. 망설일 이유가 없어
곧바로 예약을 했다.
내친 김에 하루 일찍 올라가 경기장 근처에서 일박을 하기로 했다.

역시 예전부터 생각해 두었던 패서디나 PASADENA에 숙소를 잡았다.

패서디나는 엘에이 중심가에서 북동쪽으로 차로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작은 도시이다.
경기가 열리는 다져스 스타디움으로부터는 10여분 정도로 가깝다.
원래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먼저 고급주택가로 개발된 곳이라고 한다.
세계 최초의 고속도로가 ‘패서디나 프리웨이’라는 사실은 이런 유래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매년 1월1일 로즈보울에서 대학 풋볼의 결승전이 벌어진다.
이에 앞서 도시를 가로지르는 로즈퍼레이드는 풋볼 경기보다 더 유명하다.
수많은 장미꽃으로 치장한 갖가지 형태의 마차(차량)의 가장행렬은 화려하고 기발하다.
텔레비전 중계도 물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퍼레이드를 직접 보기 위해 노숙을 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1890년부터 동부의 자본가들에게 한 겨울에도 장미가 피는
캘리포니아를 알려서 투자를 유치할 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그 기획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덕분에 패서디나에는 동부 부호들의 별장이 많다고 한다.

교통 혼잡을 피하기 위해 토요일 아침 일찍 출발을 했다.
네비에 숙소의 주소를 입력하자 2시간 30분의 소요시간이 나왔다.
중간에 약간의 정체가 있었지만 예상과 비슷한 시간대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곧바로 NORTON SIMON MUSEUM(이하 NSM) 으로 향했다.
NSM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내실 있는 소장품으로 미국에서 손꼽히는 미술관 중의 하나이다.
어디선가 다음과 같은 글귀를 읽은 적이 있다.

“THE GETTY IS WONDERFUL, LACMA IS COOL, BUT THE NSM IS UTTERLY BREATHTAKING!”

영어 단어가 주는 미세한 감성적 차이는 구분할 수 없지만 NSM이 인근의 유명한
게티 미술관이나 LA카운티미술관(LACMA)과 어깨를 견줄만하다는 뜻이겠다.

NSM은 나무숲에 둘러싸여 있었다. 나뭇가지마다 연둣빛 새잎에 돋아나 반짝거렸다.
싱그럽고 쾌적했다. 미술관으로 진입하는 길목에는 조각품들이 흩어져 있었다. 


*NSM 전시 그림 중 : 램브란트의 자화상.

램브란트는 100여 점에 달하는 자화상을 남겼다.

이 그림은 1936년 -38년에 그려진 작품이라고 하니 그가 명성과 부를 누리던 시절일 것이다.
금빛 장식이 화려하고 붉은빛이 도는 얼굴은 건강하고 여유로워 보인다. 노년에 이르러 그는
경제적으로 파산을 한 상태에서 아무도 돌보지 않는 곳에서 쓸쓸히 죽었다. 세상은 종종 그가
힘든 상황에서 그려낸 노년의 자화상을 예술적으로 높이 평가하곤 하지만......


*NSM 전시 그림 중 : 고흐의 "MULBERRY TREE".

그가 말한 적이 있다.

“대상을 변형하고 재구성하고 전환해서 그리는 법을 배우고 싶다. 그 ‘부정확성’을 배우고 싶다.
그걸 거짓말이라고 부르겠다면, 그래도 좋다. 그러나 그 거짓말은 있는 그대로의 융통성 없는
진실보다 더 ‘진실한 거짓말’이다.”
삶과 여행에서 나는 그의 그 ‘부정확성’ 대신에 너무 '정확성'에만 촛점을 맞추어 온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NSM 아시안 전시관 : 이곳에 한국 미술품이 없다는 사실은 섭섭한 일일까? 아니면 '다행스러운' 일일까?

NSM은 기업가였던 노턴 사이먼의 평생에 걸친 걸작 컬렉션이 시대, 지역별로 분류하여
전시된 공간이다. 램브란트, 고야, 드가, 르누와르, 고흐, 피카소 등의 작품이 실내에,
로댕과 헨리 무어 등의 조각이 전사관 실외에 있었다. 지하층에는 아시아(동남아시아와 인도)
조각품 전시 공간도 있었다. 특히 프랑스 지베르니 GIVERNY의 모네 MONET 정원을 주제로
만들었다는 연못과 정원은 그 자체로 예술품처럼 아름다웠다. 주변도로에서 담을 넘어오는
차량 소음만 없었다면 미술관과 어울리는 고즈넉한 사생이 공간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NSM을 나와서는 COLORADO STREET을 중심으로 올드 패서디나의 (19세기 말의 모습으로
새롭게 복원된, 그러나 문외한의 눈으로는 그다지 예스러워보이지는 않는) 거리를 걸어 다녔다.
이름난 의류와 보석 가게, 그리고 식당과 카페, 바 등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호텔 직원의 말에 따르면 300여 개의 가게들이 올드 패서디나에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LA 다운타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한 거리에는 주말을 맞아 나온 인파로 가득했다.
우리도 인파에 섞여 배가 고프고 다리가 아파올 때까지 여기저기 가게를 기웃거리며 흘러 다녔다.
MI PLACE라는 이태리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고 숙소인 COURTYARD MARRIOT으로 돌아갔다.



이튿날 아침, 평소처럼 생략했으면 억울했을, 숙소 식당의 아침을 먹고 다져스구장으로 향했다.
할아버지 조리사가 만들어준 허술해 보이는 오믈렛이 뜻밖에 맛이 좋았다.
경기 시간은 오후 1시10분이었지만 일찍 들어가 여유롭게 경기장도 둘러보고 기념품도 살 작정이었다.
다져스구장은 두 번째 방문이다. 지난번에는 경기시간에 바투 대어 가는 통에 그럴 기회를 가질 수 없었던 것이다.


*위 사진 : 전에 없던 다져스구장의 참이슬 코너. 칵테일로 만들어 팔고 있어 소주맛은 아니었다. 하이트맥주도 있었다.

아내와 류현진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이곳에서는 보통 JERSEY라고 한다.)을 입고 응원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아직 류현진과 관련한 상품은 나와 있지 않았다.
그것은 류현진이 아직 ‘상품성’에 대한 인정을 받지 못했다는 반증일 수 있다.
금년에 보스톤에서 이적한 강타자 곤잘레스의 경우는 벌써 많은 상품들이 나와 있었던 점을 생각하면.


*위 사진 : 경기장을 나오며 아내는 평소와는 다른 힘찬 포즈를 취하는 등 의기양양해 했다.

드디어 류현진의 등판!
잘 알다시피 1회에 투런 홈런을 맞는 등 불안한 시작이었지만 회가 거듭되면서 안정되어
추가 실점 없이 6과1/3 이닝을 던지고 승리 투수가 되었다.
아내와 연신 하이파이브를 하며
보았던 신나는 경기였다.
다음에 다져스 구장을 방문한다면
그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을 수 있으리라는 예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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