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마지막날.
저녁무렵 덴버공항으로 가서 빌린 차를 반납하고
비행기를 타면 이번 여행의 모든 일정이 끝이었다.
점심을 덴버에서 우리 음식으로 한다는 일 이외에는 특별한 일을
계획하지 않아서 아침부터 느긋하기만한 하루였다.
숙소 가까운, 프리웨이를 사이에 둔 바로 건너 편에 미국공군사관학교가 있었다.
일반인들에게도 개방을 한다고 들었지만 아무리 학교라하나 결국엔 군사 관련 시설이라
그다지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곳에 있는 예배당 건물이 특이하여
볼만하다는 여행 안내서와 숙소 직원의 추천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일반인이 출입할 수 있는 지역 내에서 볼 수 있는 미공군사관학교의 풍경은
그냥 평범한, 그러나 매우 넓은 대학 캠퍼스 같은 인상이었다.
비지터 센터에는 웬만한 국립공원의 기념품 상점보다 큰 상점도 있어
군사 시설이라는 느낌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우리가 가고자 했던 예배당, 커댓 채플 CADET CHAPEL 은 비지터 센터 옆으로
난 작은 길을 따라가니 나왔다. 마치 우주선이나 초고속 비행기 같은 17개의
뾰족한 형상을 중첨해 놓은 건물은 듣던 대로 이제까지 어디서도 보지 못한
특이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건물 외관의 마무리 재료도 비행기를 만드는
소재라고 했던 것 같다.
예배당 건물에는 기독교, 천주교, 불교, 유대교의 예배소가 있었다.
그 중에서 기독교 예배소의 규모가 가장 크고 웅장했다.
사관학교 학생들의 종교적 구성을 고려하여 공간을 배분한 것이겠지만,
미국이 기독교의 나라라는 것을 그것을 통해서도 다시 볼 수 있었다.
미국인의 80%는 하느님을 믿는다고 대답하고 있으며, 그중 39%는 다시
태어나도 기독교인이 되겠다고 말한다고 한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기원이
유럽에서 건너온 청교도들에게 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다.
어느 나라에 어느 종교가 번창을 하든 염려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그 종교가 자신들의 종교만을 전면에 내세우고 다른 종교의 가치를
무시하거나 교화 시켜야할 '야만'이나 '악마'로 대하는 편협함과 오만함에
치우칠 때 문제가 된다. 미국의 기독교가 모두 그렇다는 뜻은 결코 아니지만
개신교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복음주의 신앙이 미국 사회에 종교적,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한다.
*위 사진 : 개신교 예배소
*위 사진 : 천주교 예배소
*위 사진 : 불교 예배소
*위 사진 : 유대교 예배소
덴버로 돌아와 공항으로 가기 전 예정대로 한국 식당에서 점심을 했다.
냉면과 갈비로 구성된 세트 메뉴는 한국음식에 대한 갈증을 해갈 시켜주었다.
게다가 주인장과 우리 말로 나누는 덕담은 편안하고 훈훈했다.
먼 이국 땅에서 만나는 교민은 여행자에게 든든한 힘이 된다.
덴버의 공항은 크고 깨끗했다. 게다가 유나이티드 항공사는 아시아나와
스타얼라이언스 관계로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돌아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시간.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다보니 어느 덧 공항 활주로 위로 서서히 어둠이 덮혀왔다.
며칠 동안 여러 곳을 돌아다녔지만 결국은 로키산맥의 품속이었다.
마치 부처님 손바닥 안을 날아다닌 손오공처럼.
로키산은 높고 넓었다.
'여행과 사진 > 미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패서디나와 류현진 (2) | 2013.04.11 |
---|---|
막장 골프를 위한 변명 (0) | 2013.04.02 |
ROCKY MOUNTAIN HIGH4-GREAT SAND DUNES (0) | 2013.03.25 |
ROCKY MOUNTAIN HIGH3-덴버 (0) | 2013.03.24 |
ROCKY MOUNTAIN HIGH2-트레일릿지로드 (0) | 2013.03.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