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이 있고, 삼면이 바다이며, 산이 국토의 70%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자연환경이 만들어내는 여러가지 현상과 풍경을 볼 수 있다.
몰론 있다고 해도 규모나 강도가 너무 작아 유명무실한 경우도 많지만.
그러나 아무리 후하게 평가를 해도 확실히 없는 것중의 하나가 사막이다.
사막에 대한 호기심이 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되겠다.
덴버에서 남쪽으로 380키로미터 거리에 그레이트 샌드듄스가 있다.
직역을 하면 '거대한 모래 언덕군"이겠지만 내겐 모래사막이다.
4시간 운전을 하고 간 뒤 사막을 구경하고 다시 두 시간 정도 운전을 하고
돌아나와 프에블로 PUEBLO 시에서 자는 일정을 감행할까 말까
아내와 의견을 나누었다.
사막을 보고 싶기도 했지만 갑자기 덴버에서 할 일 없이 빈둥거리는 여유가
좋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숙소였던 매리엇 레지던스에 추가 숙박을 문의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같은 방의 숙박료로 무려 2배 이상을 제시했다. 그날은 거의
만실이라 값이 그렇다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확인해보니 무슨 컨퍼런스라도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주말이라 그런지 다른 곳의 숙박료도 평상시에 비해 올라있었다.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변화가 다른 지역보다 심한 곳이 미국이었다.
여유도 좋지만 그것도 가격이 맞을 때 이야기 아닌가.
우리는 예정대로 체크 아웃을 하고 사막을 보러 떠났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덴버에서 25번 프리웨이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샌디에고 주변과는 다른 풍경을
보여주었다. 황량한 황무지거나 아니면 누렇게 시든 풀들이 있을 뿐인 샌디에고 주변과는 달리
덴버에서 콜로라도스프링스, 그리고 프에블로로 이어지는 프리웨이 주변엔 초록의 잔디와 숲,
그리고 산이 계속되었다. 이런 풍경의 끝에 모래 사막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기온은 우리의 초가을처럼 선선했고 햇살을 맑아서 운전하기에 더 없이 좋았다.
푸른 산과 물이 있고 사계절이 있는 콜로라도에 사막의 존재는 다소 뜬금없어 보인다.
사막의 생성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모든 이유는 로키산맥으로 귀속된다고 한다.
로키산맥은 자신의 품 속과 주변의 모든 유, 무생물들이 태어난 원천이자 존재의 터전이 되는,
단순히 물리적인 산 이상의 거대한 무엇인 것이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바로 앞에서 부드럽게 물결 치는 모래언덕을 바라보았다.
모래 언덕을 향해 걷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점점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목표로 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르는 하이듄 HIGH DUNE은 해발 198미터의 높이를 지녔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높게 느껴질 정도로 우뚝하다.
모래 언덕 중 가장 높은 봉우리는 스타듄 STAR DUNE으로 해발 229미터였다.
로키산맥이 만들어내는 4천미터의 준봉들 사이에 솟은 해발 일이백 미터의 봉우리가
숫자로는 우스워보이지만 막상 모래 언덕 사이로 들어가니 오르기가 그렇게 만만하지만은
않았다. 특히 체력이 약한 아내는 푹푹 빠지는 발거음을 옮기며 힘들어 했다.
가다가
쉬고
다시 가다가
주저 앉아 올라야 할 길을 '애처롭게' 바라보고
또 걷다가 서기를 반복한 끝에서야
정상에서 환호를 할 수 있었다.
정상에서 보이는 풍경은 부드러운 모래 언덕의 너울이었다.
언덕은 물결처럼 출렁이며 먼 곳까지 뻗어나가 있었다.
내려오는 길은 오르는 길에 비해 간단했다. 너무 잠깐이었다.
별도의 길이 필요 없었다. '내가 가는 길'이 길이었다.
우리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급경사길을 직선으로 뛰어내려갔다.
모래는 너무 부드러웠다.
언덕을 내려오다가 아리조나에서 왔다는 초로의 여인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그레이트 샌드듄스에서 멀지 않은 곳이 고향이라고 했다.
어머니의 기일에 왔다가 홀로 여행 중이라고.
이야기의 화제가 아이들 이야기로 이어지자 아내와 공감하는 바가 많아졌다.
자식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약간의 불만 등등.
아내는 종종 한국에 있을 때보다 미국에 와서 살아보니 미국에 대한 호감이 늘었다고 말한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다. 그 이유의 상당 부분은 경이로운 자연환경에 있다.
미국 역시 자연에 대한 파괴가 심각하다고하지만 워낙에 땅덩어리가
넓은 나라여서인지 우리들의 눈엔 여전히 싱싱한 원시의 모습이다.
그레이크 샌드듄스는 같은 이유로 미국에 대한 호감의 깊이를 더해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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