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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묘한 감정(딸아이의 글)

by 장돌뱅이. 2013. 6. 7.

결혼하고 나서 남편이 첫월급을 타왔었다.
그 당시에는 노란 회사봉투에는
빼곡히 상세내역이 적혀있었고
봉투안에는 현금이 들어있었다.

그런 봉투를 받아들었을때
정말 결혼을 하긴 했나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남자가 그렇지않다면야
그 봉투를 고스란히 나에게 가져다줄리가 없을테니까.

가계부를 써가며
적금도 들고, 생필품도 사고 그랬는데
어느날인가 미용실에를 가려고
봉투에서 돈을 꺼내는데 묘한 기분이 들었다.
결혼전에 내가 월급을 타서
마음대로 옷도 사고, 미용실도 가고할때는 모르던
이상한 감정에 휩싸였었다.
부모님의 돈도 아니고, 내가 번것도 아니고
남편이 가져다 준 월급으로
온전히 나를 위해 처음 사용할 때의 기분은 조금 이상했었다.
아무튼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이야기지만
그때는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며칠전 딸아이가 갑자기 난타 공연을 예매했다고 보러 가잔다.
기회가 되지않아 보지 못했던 공연인데
용케도 어떻게 알았는지 보러가자니 기쁠 수밖에.

그런데 예매 창구에서 표를 받아오는 딸아이를 보는 순간
나는 또 다시 묘한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항상 딸아이는 우리가 데리고 다녔었는데
언제 커서 온전히 자기의 힘으로
엄마와 공연을 보러 가자고 하다니...

'이 아이가 너무 빨리 커버렸나?'
'아니 내가 그만큼 나이가 들어버렸나?'
잠깐의 그런 생각들이
딸아이의 재잘거림속에서 떠올랐다가 멀어져갔다.

(20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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