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날 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인터넷을 켰다.
올림픽축구 카메룬과의 예선 첫 경기의 결과가 궁금해서다.
한국 같으면 텔레비젼 중계로 보겠지만
제 나라 축구경기도 중계하지 않는 미국 방송에서
한국축구를 중계할 리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초기 화면인 네이버 뉴스난에 아래와 같은 기사가 보인다.
축구야 (그 시간에는) 일대영으로 이기고 있었고
어차피 문자 중계이니 급할 것이 없어
밤 사이 한국에서 또 무슨일이 있었나 싶어
"'KBS 사수 촛불집회' 강제진압…24명 연행" 을 클릭하여 보았다.
나는 2MB 정권이
진짜로 방송을 장악하려고 하는지 아닌지,
한다면 어떻게 할려고 하는지,
KBS의 정연주 사장이 경영자로서 무능해서
물러나는 것이 당연한지 아닌지,
세부적으로 혹은 결정적으로 아는 바 없다.
먹고 살기 바쁜데다가
아무리 인터넷이 지구촌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해준다고 하더라도
이역만리 미국땅에 살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그런데 기사를 읽다가 보니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많은 시민들을 현장에서 연행하면서 경찰이 든 이유 -
"문화제라고 신고한 것과는 달리 정치성 집회로 변질된 만큼 위법 "
이라는 말이 그랬다.
문화?
정치?
경찰이 이해하는 문화는 무엇이며 정치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왜 '문화적'인 집회는 되고
'정치적'인 집회는 안되는 것일까?
기준은 있는 것이며
있다면 누가 어떻게 만들어 놓은 것일까?
어제 저녁 한국에서의 집회가
문화적으로 끝나기 위해서
아니면 정치적으로 '변질'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슨 이야기가 나왔어야 했을까?
이효리의 몸매냐 송혜교의 얼굴이냐를 놓고 격론을 벌여야 했을까?
아니면 박주영과 이근호 중에 누가 골을 넣을 것인가 따위?
만약에 내가 그 자리에서,
어린 시절의 딸아이가 그룹 HOT의 해체를 반대한다고 외쳤듯,
정연주사장이 나와 같은 성씨이므로 혹은 그냥 좋아서
법으로 보장된 임기를 보장하라고 외친다면,
그것은 문화적인 행위가 될까?
아니면 정치적인 행위가 될까?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국어사전에서 "문화"의 개념을 찾아 보았다.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 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
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 "
그렇다면 어제 저녁 시민들이 '생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보인
집회라는 '행동양식'은 '문화적인' 행위 아닌가?
아니라면 어제 저녁의 경찰은 네이버를 유언비어 날포
혐의로 '체포'를 해야 마땅하다.
사람의 모든 의식적인 행동은 '문화적'이며 '정치적'이다.
따라서 모든 집회는 문화적이며 동시에 정치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원하건 원하지 않건
좋아하건 혐오하건 간에
정치는 우리의 일상을 구속하기 때문이다.
문화의 두번째 뜻으로는
"권력이나 형벌보다는 문덕(文德)으로 백성을 가르쳐 인도하는 일" 이라고 되어 있었다.
닭장차에 끌려가는 시민들의 모습에 그 정의를 비추어보며
2MB의 통치 행위를 '문화적'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정치적으로 변질된',
폭력이며
야만의 행위였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일고 있는 소란들이
지난 겨울 '우리가 대선 때 저지른 일'의 결과라고 냉소하기엔
너무 많은 '납량특집물'이 밀려오고 있다.
우울한 뉴스를 보는 사이...
제기랄!
축구마저 한골을 내주고 비기고 말았다.
(20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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